[신나는 세계여행⑥] 뉴칼레도니아-누메아

뉴 칼레도니아는 우리에게 잘 알져진 여행지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공룡이 살았던 시대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오지로 간혹 소개됐을 뿐, 여행지로서 국내에 알려진 사례가 별로 없다.

지구 생태보호에 관심을 갖는 학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뉴 칼레도니아는 새로운 휴양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울창한 숲과 깨끗한 해변 그리고 아름다운 산호초 등 지구상 유일의 휴양지로서 세계 각 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뉴 칼레도니아를 방문한다.

해변에서 사람들이 가슴을 드러내고 자연스럽게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고, 해변을 따라 늘어선 노천카페에서는 한가로운 휴식을 취한다. 그 모습은 지중해 연안의 여느 휴양지와 다를 바가 없다.

지난 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 된 이후, 우리나라의 해외여행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서울에서도 못 만나는 고교 동창을 만리장성에서 우연히 만나고 유럽 배낭여행에서 며칠을 헤매다 친구를 만나 반가워했다는 등의 일화들이 우리의 일상 얘기가 된지 오래다.

무려 5백 만 명을 웃도는 여행자들이 매년 해외여행을 경험한다. 그 여행지도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남태평양,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전 세계를 넘나들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경험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

뉴 칼레도니아가 바로 그러한 여행지 중 하나다. 그 이름만으로는 도대체 어느 곳에 붙어 있는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에겐 진짜 낯선 여행지가 틀림이 없다.


지구상 유일의 동식물 보고

뉴 칼레도니아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이다. 호주 뉴질랜드 피지를 삼각점으로 연결했을 때 그 가운데에 위치한다. 길이 500㎞, 폭 50㎞에 이르는 긴 섬으로 면적은 남한의 3분의 1정도인 아담한 크기다.

지금까지 우리는 뉴 칼레도니아를 TV 프로그램인 '동물의 세계'나 월간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동식물의 보고라든가 지구상에서 가장 원시적인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천혜의 명소 또는 개발열풍에 이러한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비판보도 등으로 알려져 왔다.

그렇다. 뉴 칼레도니아는 울창한 밀림과 섬 전체를 둘러쌓고 있는 산호초 덕분에 특이한 동식물들이 많이 서식한다. 식물학자들에겐 일생에 한번 다녀가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다양한 식물군을 뽐내는 박물관이나 다름이 없다.

뉴 칼레도니아의 토종 식물 가운데 약 75%가 지구상에서 오직 이 섬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독특하고 희귀한 것들이라고 하니 학자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연구 대상이 분명하다. 이는 가장 가까운 대륙인 호주로부터 약 1천5백㎞떨어진 곳에서 격리된 채 진화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또 길고 가는 본섬 '그랑드 테르'는 세계에서 니켈이 가장 많이 매장된 곳으로 추정된다. 뉴 칼레도니아 수출 총액의 90%가 바로 니켈 덕분이라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 남부 도시를 연상하게 하는 수도 누메아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아름다운 해변과 산호초, 진귀한 열대 동식물 등 이국적인 정취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요즘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름 모를 섬에서 한적한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지 않은 까닭에 이름난 휴양지라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로 그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러나 뉴 칼레도니아는 그 이름만큼이나 생소하다.

인간의 손 떼가 묻지 않은 원시적인 자연환경, 따뜻한 햇살, 다정한 사람 등 아직까지 순수한 면이 많이 남아 있다.

뉴 칼레도니아의 수도는 본섬 '그랑드 테르'의 남서쪽에 자리잡은 누메아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로 뉴 칼레도니아의 관문을 맡고 있다.

도시 분위기는 지중해 연안의 한 도시를 옮겨다 놓은 것처럼 화려하고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인구 약 20만 명, 그 가운데 절반이 멜라네시안이고 3분의 1일 유럽인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베트남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인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60%가 누메아 부근에 모여 살고 있다.

이 섬에 처음으로 정착한 프랑스인들은 작은 만들로 둘러싸인 이곳 항구도시를 아름다운 휴양도시로 만들었다. 낡은 건물을 헐고 지붕은 낮지만 기능성이 뛰어난 넓은 면적의 사무실을 중심으로 건물을 짓고 마을을 형성했다.

햇볕이 잘 드는 언덕에는 빌라와 콘도미니엄 등을 지어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프랑스 인들의 여유를 그대로 표현했다. 휴양도시로서의 매력은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할 정도로 프랑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뉴 칼레도니아는 프랑스의 해외자치령에 속한다. 쉽게 말해 프랑스의 해외령이다. 언어나 문화, 삶의 방식 등이 모두 프랑스식이다. 거리에서 르노 자동차나 대형할인매장인 까르푸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때는 프랑스 인들과 카낙(멜라네시아 원주민)들 사이에 깊은 갈등이 있었다. 지난 80년대만해도 카낙 사람들이 백인들의 집을 불태우고 처절하게 독립을 요구했다. 향후 점진적인 독립을 보장하고 권력을 분산시킴으로서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늘 그 불씨는 남아 있는 편이다.


누메아의 중심지 콰티에르 라틴

누메아여행의 중심은 콰티에르 라틴, 프랑스 남부도시를 그대로 옮겨두었다는 항구다. 해변에는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는 휴양객들이 즐비하고 해변을 따라 노천카페들이 줄을 지어 서 있어 단 번에 휴양도시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해변에 인접한 넓은 광장에는 매일 아침 모닝 마켓이 열려 주민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린다.

해안에는 하얀 색 요트들이 모여 있고 벤치에는 한가로운 휴식을 취하는 유럽인들을 만날 수 있다. 편안한 복장을 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주민이고 서성대고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여행자라고 보면 된다.

치바우 문화센터는 뉴 칼레도니아 누메아를 빛내는 관광명소 중 하나다. 이곳은 약 2천 년 전 멜라네시안 계통의 원주민 카낙이 정착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과 함께 현대문화가 잘 조화를 이루는 문화센터다.

이곳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카낙의 탄생과 관련된 퍼포먼스다. 흔히 그 나라의 문화를 설명하는 위해 박물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준비하는 비디오나 슬라이드 상영이 아닌, 실제 배우들을 통한 퍼포먼스 공연이 눈길을 끈다.

2천년전의 원시인 복장을 한 채, 카낙의 탄생에서부터 통치자로 거듭나게 되는 역경을 야외에서 약 40여분간 실연을 통한 퍼포먼스로 재현했다. 이는 단체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1주일에 1∼2차례만 공연되기 때문에 사전에 공연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치바우 문화센터가 유명하게 된 데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일명 '가즈'는 멜라네시안 카낙 사람들의 전통 가옥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바다를 향해 부채 모양으로 높이 세워진 조형물은 한눈에 봐도 평범하지 않다. 이 조형물을 설계한 사람은 렌조 프레노로 이 사람은 일본 오사카공항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체 관광객중 절반이 일본관광객

일본 오사카와 뉴 칼레도니아 누메아를 잇는 직항 노선이 생기면서 일본인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여행지가 되었다. 뉴 칼레도니아를 찾는 전체 관광객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여 만 명이 일본인이다.

호텔의 로비라운지마다 일본인 직원이 배치되어 있고 레스토랑의 메뉴에도 일본어가 표기되어 있을 정도다. 필자가 뉴 칼레도니아를 여행할 때도 누구나 우리를 일본 사람으로 이해한 것 같다. 늘 '쓰미마셍', '곰방와' 등으로 시작하는 일본어를 들을 수 있었다.

호주, 뉴질랜드, 하와이, 피지 등 대부분의 관광지가 초기엔 동양인으로서는 일본인들이 주류를 이루다 뒤이어 한국인 그리고 중국인 순서로 단체관광 열풍이 부는 것처럼, 뉴 칼레도니아 역시 조만간 한국인의 단체 관광객 행렬이 줄을 이을 것 같다.

뉴 칼레도니아아를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프랑스 전문직 종사자나 일본인 신혼여행객들이다. 프랑스 인에게도 이곳 물가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편이라 여행보다는 이곳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교통정보-한국에서 뉴 칼레도니아를 여행하려면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칼린(☎02-757-5393)을 이용하면 된다. 일본 오사카를 경유하는 항공편은 주 2회(월, 토). 일본 오사카에서 누메아까지는 약 8시간30분 소요된다.

기후-연중 아열대성 기후이나 무덥거나 습하지 않다. 9월∼3월 25∼27℃, 4월∼8월 20∼23℃ 정도. 여행하기에는 늘 쾌적한 날씨.

비자-한국인은 1개월 무비자 체류 가능하다.

특산품-뉴 칼레도니아의 전통 민예품이나 베르사체, 버버리, 샤넬 등 유럽산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여행상품-호뉴투어(☎02-752-5252)나 IRC(☎02-779-0456)에서 뉴 칼레도니아 상품을 판매한다. 직항노선이 없기 때문에 일정이 다소 긴 것이 흠이다. 6박7일 일정에 3백79만원선.

글·사진 전기환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05/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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