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담양 신식당

부드럽게 씹히는 떡갈비의 본가

죽향(竹香) 은은한 고장 담양은 송강 정철로 대표되는 가사문학의 근거지다. 옛 선비들이 풍취를 즐기던 정자들이 즐비해 선조들의 누정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담양은 대나무와 가사, 누정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담양을 찾을 때에는 대숲과 가사문학관, 정자 가운데 몇 곳은 필히 방문해야 한다. 특히 5월에는 대나무와 관련한 테마 축제인 '죽향축제'가 펼쳐져 대나무의 진면목을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대나무가 풍성한 고장인지라 대나무에서 얻는 것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온갖 죽제품을 비롯해 요리도 많은데 죽순회, 대나무통밥, 대잎술, 대나무통술 등 대나무 요리는 담양의 대표적인 토속요리다.

대나무 요리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유명한 담양 음식이 있으니 바로 떡갈비다. 떡갈비란 갈비살을 발라내 잘게 다져 다시 갈빗대에 붙여 놓는데 그 모양이 인절미를 썰어놓은 것처럼 보여 떡갈비라 불리고 있다.

원래 떡갈비는 손이 많이 가는 고급 요리로 옛날에는 임금님 상에 올리던 것이다. 임금 체면에 갈비를 손으로 잡고 뜯어야 하는 망신스러움을 덜어준 것이 떡갈비인 것이다.

담양의 신식당은 3대째 떡갈비를 굽고 있는 집이다. 시어머니의 손 맛이 며느리에게 전수되어 온 것인데 현재 사장인 이화자씨가 3대이며 그 며느리 역시 비법을 전수 받아 식당 일을 같이 하고 있으므로 사실상으로 4대째인 셈이다.

신식당에 들어서면 한 쪽에 마련해둔 평상에서 열심히 고기를 다지고 있는 네 명의 여인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도 여간 손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다. 좋은 한우의 갈빗대를 골라 놓으면 살을 발라내 채치듯이 칼질을 해 다진다. 다진 고기는 다시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은 갈빗대에 붙이는데 반듯반듯한 떡갈비 하나 만드는데 들이는 정성이 보통을 넘는다.

떡처럼 생긴 고기는 여러 차례 양념장을 발라가며 은근한 참숯불에 굽는다. 고기 맛은 양념에서 결정된다. 간장, 참기름, 마늘, 양파, 생강 등 기본 양념에 신식당만의 고유한 맛을 내는 비밀 양념 몇 가지가 더 들어가는데 4대를 전해오는 비법이므로 함부로 공개할 순 없다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떡갈비는 스테인리스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데 테이블에서 약하게 불을 피워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 전라도 땅에 와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하나 맛깔스러운 반찬도 열 가지 정도 같이 나온다.

떡갈비를 젓가락으로 떼어 입안에 넣으면 씹을 사이도 없이 스르르 녹아버린다. 갈빗대 맨 안쪽에 살짝 붙어 있는 살을 떼어먹는 재미도 특별하다.


▲메뉴

떡갈비 14,000원(1인분). 이밖에 갈비탕, 곰탕, 비빔밥도 맛있다. 떡갈비는 10인분 이상일 경우 배달도 되는데 다른 도시에서 주문하면 고속버스로 보내준다. 운송비는 주문자 부담. 주문 배달시 1인분에 11,000원.

▲찾아가는 길

담양으로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으로 빠져 나오자마자 나타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 굴다리를 지나 마을에서 좌회전해서 계속 직진하면 된다. 나들목에서 담양 읍내까지 20여분 소요.

담양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월산면 방면으로 세 번째 사거리를 지날 때까지 직진해 세 번째 사거리에서 70여m 전방 왼편에 있다. 담양군청에서 갈 경우 군청 앞 도로에서 직진해 두 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 도로 왼편에 신식당 간판이 보인다. 간판에서 골목길로 조금 들어가면 넓은 식당 주차장이 나온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담주리 68번지 061-382-9901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5/03 20:2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