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강계 봉진막국수집

송글송글 땀나게 맛있는 비빔막국수

맑은 날이면 수면에 비친 하늘빛이 더욱 푸르고, 하루에 지쳐 떨어지는 새빨간 노을이 강물을 물들이면 물소리도 잦아드는 듯하고. 강에는 사시사철, 하루 내내 다양한 표정이 있어서 보기 좋다. 때문에 어느 계절, 어느 시간대를 막론하고 강변을 드라이브할 때면 기분이 상쾌해지곤 한다.

남한강변은 서울에서 가깝기도 하거니와 풍부한 표정을 지닌 주변 환경 덕분에 시간만 허락한다면 매일이라도 달리고 싶은 길이다.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 쪽으로 가도 되지만 좀더 호젓한 맛을 즐기려면 팔당댐을 건너 88번 지방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게 좋다.

여기는 광주시에 속하는데 남한강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줄곧 남하하는 길이다. 거리는 두 배 가까이 되고 왕복 2차선 도로라 양평 앞을 지나는 37번 국도에 비하면 시골길이나 다름없지만 훨씬 운치 있고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한강을 따라 줄곧 달리다 보면 강을 건너는 다리 세 개를 만나는데 차례로 양근대교, 양평대교, 이포대교다. 이포대교는 이포나루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놓여 있다. 이포나루는 옛날 단종이 영월로 유배를 가던 길에 눈물을 떨구고 건넜다는 곳이다.

또 한때 강원도에서 한양으로 나무 팔러가던 뗏목꾼들이 마지막으로 쉬어가던 곳이기도 하다. 나무꾼들이 막걸리 사발을 주고 받으며 부르던 구성진 정선 아리랑 가락이 강물 위에 출렁이는 듯 하다.

이포대교 동단에는 ‘천서리 막국수촌’이라 적힌 큰 기둥이 서있다. 마을 대부분이 막국수를 파는 식당들인 것이다. 막국수를 파는 식당이 들어선 것은 꽤 오래 되었지만 이렇게 마을 전체가 막국수촌이 된 것은 최근이다. 이 가운데서도 맛있는 집은 몇 군데에 불과한데. 최고의 맛 집은 강계 봉진막국수집이다.

간판은 조금 크기만 할 뿐 그다지 요란하지 않고 건물도 그저 그렇다. 하지만 한번 맛을 보면 꼭 이 집으로만 발길을 돌리게 된다. 봉진막국수는 이 자리에서만 20년 넘게 일해왔다. 막국수촌의 맏형격인 셈이다. 편하게 일하자면 만들어진 국수를 사와도 되지만 이 집에서는 메밀가루를 반죽해서 국수를 뽑는 일도 직접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거리는 면발의 비결이 여기에 숨어 있다.

막국수는 비빔막국수와 육수를 부어 먹는 것 두 가지다. 시원한 육수에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훌훌 건져먹는 막국수도 좋고, 입안이 얼얼해 질 정도로 매우면서도 자꾸만 젓가락질을 하게 만드는 비빔막국수도 맛있다.

개인적으로 비빔막국수를 더 좋아하는데 쫄깃한 면발과 매콤새콤한 양념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운 것에 약한 사람은 주문 할 때 미리 말하거나 비비기 전에 양념을 좀 덜어내는 게 상책이다. 물 대신 컵에 뜨거운 육수를 부어 주는데 이 맛 역시 기막히다. 막국수와 육수를 번갈아 먹다 보면 어느새 콧잔등이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막국수와 함께 이 집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메뉴는 수육. 막국수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사이 수육을 맛보는 게 순서. 한 접시 가득하던 고깃살이 순식간에 바닥난다.

천서리에서 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여주에 이른다. 남한강변의 정취와 잘 어울리는 신륵사와 불교문화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목아박물관은 가족나들이에 제격인 장소. 잔디밭에 앉아 소풍 나온 기분을 느끼려면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영릉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 이들 모두가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메뉴

막국수 4,000원, 수육 7,000원. 저녁 9시까지 영업. (031)882-8300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올림픽대로를 타고 미사리까지 간 다음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로 접어든다. 양수리 직전에 양평 방향으로 신양수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계속 달리면 양평 시가지를 지나 이포대교에 이른다.

이포대교 동단에 자리잡은 마을이 천서리 막국수촌이다. 마을 전체가 식당촌으로 변모한 독특한 경우. 봉진막국수는 이포대교 사거리에서 양평컨트리 클럽 방면으로 50m 오른편에 있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5/09 13:2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