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창비아동문고 200호 넘겨

진실과 감동이 있는 어린이들의 '꿈의 텃밭'

창비아동문고가 4월 30일로 통권 201호를 기록했다. 전국민이 수출 드라이브로 내몰려 어린이의 심성에는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던 1977년부터 지금까지 첫 발자국을 뗐을 때부터 동심이 각종 유해 매체에 노출된 이 21세기에도 창비아동문고는 진정한 어린이 책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화려한 장정, 기발한 편집 등 요즘 어린이책에 비한다면 촌스러울 정도의 디자인이다. 게다가 내용마저도 속도감이 없다.그러나 이 문고의 책을 펴본 사람은 안다. 어린이를 무조건 재미와 감각의 세계로만 내모는 현재의 아동 문화 사업이 흉내내지 못할 진실과 감동의 세계가 바로 여기 있음을 알고 있다.

창비사는 200호 발간을 기념, 200호와 201호를 창작 동화 부문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원로ㆍ신예의 신작 동화로 꾸몄다.‘오늘의 동화선집1’이라는 부제를 단 200호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에는 권정생 강정규 등 중견 동화작가의 작품 12편이, ‘오늘의 동화 선집2’에는 김중미 노경실 등 신예작가의 작품 13편이 실렸다.


군부독재시절 싹 틔운 아동문학도서

창작과비평사의 아동 문고는 사상의 자유를 짓밟던 70년대 군부 독재 시절,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두 해직 교수의 발의로 돛을 띄웠다. 서울대 해직 교수 백낙청, 영남대 해직 교수 염무웅 등 두 사람이 가각 창비사의 발행과 편집을 맡고 있던 1976년이었다. 이들의 제안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 준 것은 아동문학의 실제를 소상히 알고 있던 아동문학가 이오덕씨였다.

한국 아동문학의 고전적 작가로 기록될 뿐 실재적으로는 잊혀져 가고 있던 이원수ㆍ이주홍ㆍ마해송ㆍ권정생씨 등도 이에 동참했던 것이 바로 이씨의 열성 덕이다.

여기에는 당시 창작과비평사가 직면해 있던 현실적 어려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1980년 7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국가보위입법위원회의 강압 조치로 진보적 잡지 ‘창작과 비평’이 폐간 당하자 출판 활동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라도 아동문고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 이유도 한몫 작용한다.

이 문고의 101번 책은 창비 아동문고 출범 11년 만에 중견 소설가 이문구의 동시집 ‘개구쟁이 산복이’였다. 창비 아동문고 출범 11년만의 일이었다. 이때부터 이 문고는 판형을 신국판으로 키우고 그림의 비중을 높이는 등 보다 시각적인 데 비중을 둬 새롭게 바뀐 시대상에 조응해갔다.


상업적 아동서적과 차별화

창비 아동 문고는 대중교양서마저 소홀히 다루던 삶의 원칙에 대해 강조, 여타 상업적 아동 서적과 뚜렷이 궤를 달리 했다. 특히 6ㆍ25를 기점으로 어린이 모두에게 들이 닥쳤던 고난의 시간을 그린 권정생의 ‘몽실 언니’는 1984년 첫 발간된 이래 ‘겨레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공감을 얻고 있다.

또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2001년 11월 TV의 독서캠페인 프로그램 등에서 권장도서로 추천, 감각적 출판물이 판치던 아동 독서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창비 아동 문고는 우리 것에 대한 의식이 갈수록 희박해져 가는 요즘 어린이들을 일깨우는 커다란 디딤돌이었다.

창작과비평사는 이 경사와 가정의 달인 5월을 기념하기 위해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펼친다. 5월 9~10일 이틀간 이화여대 교육문화관 강당에서 ‘나랑 같이 놀자’라는 제목으로 동요ㆍ연극 공연한다.

9일 오후 7시, 10일 오후 4시ㆍ7시(1588-1555). 또 8~14일은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창비아동문고의 어제 오늘 그리고’를 개최, 창비 아동문고 초창기 삽화, 작기들의 친필 원고 등을 선보인다. 전시장 절반은 어린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서관으로 꾸민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5/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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