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세균전쟁-상상을 뛰어넘는 가공할 공포

■ 세균전쟁 주디스 밀러 지음
김혜원 옮김
황금가지 펴냄

걸프전이 발발한 지 6년이 1997년 12월. 미국 펜타곤은 돌연 현역 군인과 예비병 240만명에 대한 탄저병 예방 접종 결정을 발표했다. 사담 후세인의 생물학 무기 계획은 이미 2년 전에 노출돼 있었지만 과연 이 같은 조치는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지난해 하반기 베스트 셀러 종합1위를 기록한 ‘세균전쟁’은 지난해 9ㆍ11 뉴욕테러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 전 세계를 ‘흰색공포’ 에 휩싸이게 한 탄저균 비상을 계기로 미국과 구 소련, 이라크 등 세균무기와 생물학 테러의 그동안 숨겨진 진실을 다루고 있다.

1984년 미국 서북부 오리건 주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 사건은 당시 한 음식점 샐러드 바의 비 위생적인 관리에 의한 단순한 식중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후에야 ‘라즈니시’라는 한 신흥 종교 집단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균을 살포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최초의 세균 테러 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을 근간으로 그 동안 숨겨진 세균 프로그램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1950년대 초 세균무기 설계연구에 몰두해 온 빌 패트릭이라는 인물을 통해 미국의 세균 무기 개발과정을 추적했다.

패트릭 연구팀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가는 먼지나 돛처럼 몇 시간 동안 공기 중을 떠 다니는 미세한 입자의 생물학적 시한폭탄을 발명했다. 이 입자는 단 한 개만 허파 속으로 들어가도 금방 수백만 개로 불어날 수 있는 치명적인 살상용 무기인 바로 탄저 폭탄이다.

기침과 고열,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심한 발한, 산소부족에 의한 피부변색 등의 증세를 일으키는 이 폭탄은 400㎖의 양으로 지구 전체 인구를 숨지게 할 최고 80억 명분까지 들어가게 만들었다.

1960년대 미국 과학자들은 수 많은 바이러스 세균 무기를 만들어냈다. 소련도 곳곳에 세균무기를 개발하는 비밀 기지들을 세우면서 세균전쟁에 박차를 가했다. 1972년 생물 무기 금지 협약이 체결되면서 합법적인 생물무기 개발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균 무기통제는 큰 위기를 맞았다. 이라크가 탄저균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세균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다.

이 책은 1950년부터 지난해 9ㆍ11 뉴욕테러 사태 발발 직 후까지 생물학 무기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실험과 개발과정, 백신 프로그램 제조의 비밀 등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을 비롯 정부 고위 관리들과 과학자들의 수백 차례에 걸친 인터뷰와 구 소련 생물무기 연구소의 현지 취재 등을 통해 파해 치고 있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09 14:52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