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어머니의 전설-영원한 고향 어머니, 그리고 향수

■ 어머니의 전설
정동주 지음
권태균 사진
이룸 펴냄.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울먹이고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머니란 세 글자엔 어머니의 은혜와 희생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한국인 특유의 원죄의식과 가장 아늑했던 잃어버린 이상향을 갈구하는 귀소본능이 한데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깍쟁이 풍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어머니상 (像)이 부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어머니상이 한국인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어버이의 날(5월8일)을 맞아 어머니를 반추할 수 있는 괜찮은 책이 나왔다. 경남 사천에서 문필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 정동주씨가 모친과 장모가 평생을 읊조리던 구전가요 73편을 1980년부터 2001년까지 채록해 어머니와 여자와 딸에 관한 비망록으로 재구성했다.

어머니들의 세월과 한국의 전통 풍경을 묵묵하게 포착한 사진작가 권태균씨의 색이 바란듯한 흑백톤 사진은 어머니에 대한 향수를 더욱 자극한다.

이 책은 ‘어머니, 그 이름을 찾아서’ ‘시집살이’ ‘첩아 첩아 문 열어라’ ‘딸이란 무엇인가’ ‘이별 혹은 과부되기’ ‘재혼, 그 수난의 길’ 등 총 10개 항목으로 나누어 상황에 맞는 구전가요 몇 곡조를 소개한 뒤 여인들의 일화를 구수하게 곁들이고 있다.

“시아마니 앙살새고 시아바지 유달새고 시누년은 삐쭉새고…” “성아 성아 우리 성아. 시집살이 우떻더노. 아홉 쪽 삼베 치마. 눈물 받아 다 썩었제” 등은 이승살이와 저승살이만 있는 남자와 달리 시집살이가 하나 더 있다는 여자의 고달픔을 절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잠아 잠아 짙은 잠아.이내 눈에 쌓인 잠아. 잠아 잠아 오지 마라"에서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식을 위해 모내기에 나서는 인고의 어머니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차별과 모욕, 뿌리 깊은 인습의 고난과 능멸과 따돌림, 무엇보다 아프고 서러웠던 가난과 문맹으로 인한 피눈물의 나날들 속에서도 인간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노래 때문인지 모른다”며 “어머니께서 부르셨던 그 노래는 어머니 안에 들어 있는 어머니의 어머니와 어머니 몸 밖에 나오 있는 미래의 어머니인 딸들을 향한 눈물의 고백이었다”고 말한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09 14:57


김경철 주간한국부 kc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