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클릭닉] 무리한 운동은 살 빼기의 적

얼마 전 TV에서 ‘살과의 전쟁’ 이라는 살벌한 용어가 등장하며 살을 빼기 위해 갖가지 요법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한적한 장소에 수 십 명이 모여 정해진 칼로리만큼만 음식을 먹으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하고 운동선수나 군대에서나 하는 훈련수준의 엄청난 양의 운동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척 고통스러울 것 같은데 살을 빼려는 의지가 강해서 그런지 다들 기꺼이 감수해 내는 표정들이었다.

정말 ‘전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만한 모습들이었다. 보면서 아마 웬만큼 노력을 해도 살이 잘 안 빠지고 그러다 보니 급한 마음에 저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살을 빼려고 하는구나 하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왜 다른 쉽고 효과적인 방법들이 많은데 저렇게까지 하면서 살을 뺄까 하는 답답한 심정이 앞서기도 했다.

이런 방법은 간단히 말해 비만치료에 별로 권장할 방법이 못 된다. 그 당시에는 어느 정도 빠진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아주 심한 비만환자의 경우에는 병원에 입원시켜 이러한 집중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러한 방법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힘들고 주위환경이나 생활습관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쉽게 다시 찌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시 찐 후에 다시 이런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전보다는 빠지는 속도도 느려지고 효과도 떨어지게 되는 이른바 요요현상을 쉽게 겪게 되기 때문이다. 살을 뺄 때에 이렇게 고통을 겪어가며 무리하게 빼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비만 치료 성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살을 빼야지 하고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맨 처음 시도하는 요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언론매체에 ‘비만’이라는 주제가 등장하면 항상 살 빼려고 운동하는 모습들이 화면이나 지상에 우선적으로 나온다.

운동만 잘하면 살이 과연 잘 빠질까? 아쉽게도 운동은 살을 빼는 과정에서 체중감량에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밥 한 공기의 열량은 약 300 kcal 정도 되는데 이 정도의 열량을 소모하려면 75kg 정도의 성인이라면 탁구로 약 1시간 정도의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비만환자가 하루 2,400 kcal 정도를 섭취한다고 하면 이를 운동으로 배출하려고 하면 하루에 8시간 정도는 꼬박 탁구를 쳐야 한다는 것이다. 살 빼는 과정에서 운동은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만한 사람들은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운동으로 소모되는 칼로리는 얼마 되지 않아 몸무게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몸 안에 쌓여있는 지방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뱃살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또한 운동은 그 효과가 축적되기 때문에 살을 뺀뒤 체형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데 중요하다. 운동은 살 빼는 과정에서 반드시 행해져야 할 필수요소란 이야기이다.

그러나 운동은 과다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과다한 운동은 살을 빼는 과정에서 손상의 위험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리하지 않고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앞서 소개한 단기적으로 집중적인 운동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살을 빼는 과정에서의 운동형태는 걷기 속보 조깅 자전거 등산 수영 등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유산소성 운동을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가벼운 근지구력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유연성을 강화시키고 운동시 손상을 막기 위해 스트레칭을 같이 해 주면 큰 도움이 된다.

운동강도는 개별적으로 차이는 있으나 운동 후에 '다소 힘들다' 는 느낌이 들 정도면 적당하다. 운동의 시간은 10분씩 나누어서 해도 좋으나 하루에 합쳐서 30분 이상은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1주일에 가능한 한 5회 이상 하는 것이 권장된다.

만약 본인이 운동을 할 짬이 없다면, 일상생활 속에 할 수 있는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계단오르내리기, 장보기, 교통수단 덜 이용하고 걷기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본인의 비만도가 심하다면 운동을 하기 전에는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환자는 나이, 성별, 직업, 환경, 개인의 운동능력, 시간적 여유, 의학적 상태 등에 따른 맞춤형 운동 처방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상우 일산백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입력시간 2002/05/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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