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완도 촌놈' 최경주, 그린 위의 반란

미 PGA투어 컴팩클래식 우승, 한국 골프사 새로 쓴 쾌거

‘뚝심’ 최경주(32)가 한국 골프사를 새로 썼다.

최경주는 5월 6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잉글리시턴GC(파72ㆍ7,11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컴팩클래식(총상금 45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이로써 최경주는 100여년의 전통을 가진 미PGA 역사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투어 대회를 제패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동양인이 미 PGA투어에서 우승하기는 아오키 이사오(83년 하와이오픈)와 마루야마 시게키(2001년 밀워키오픈)에 이어 세번째이다.

최경주는 이날 우승 상금으로 81만 달러(약 10억4,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126만3,681달러로 단숨에 100만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이와 함께 최경주는 2004년까지 2년간 미PGA 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자동 출전권도 확보했다.

최경주는 이날 1타차의 불안한 선두로 출발했으나 미PGA 정상급 스타다운 정교한 아이언샷과 흔들림 없는 안정된 퍼트로 더들리 하트(미국), 죠프 오길비(호주ㆍ이상 275타) 등 공동 2위 그룹을 4타차로 제치고 여유 있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미국 진출 3년만의 인간승리

이번 쾌거는 국내 1인자에 머물지 않고 세계 무대에 도전한 완도 출신의 뚝심 최경주가 거둔 인간 승리의 결실이었다. 1993년 프로테스트를 단번에 통과한 최경주는 95팬텀오픈 첫 승을 시작으로 96,97년에 2년 연속 상금랭킹 1위에 오르며 국내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필드의 타이슨’으로 불릴 정도의 장타에 정교한 퍼트 능력을 겸비, 국내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7승을 거둔 최는 1999년 해외진출을 선언하고 일본프로골프(JPGA)에 나가 기린오픈과 우베고산오픈을 제패했다. 최는 그 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컷 오프를 통과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최경주는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35위로 통과, 국내 남자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프로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세계 골프의 최정상 무대인 미PGA투어는 만만치 않았다. 최경주는 데뷔 첫해인 2000년은 언어와 문화 장벽, 그리고 투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금랭킹 134위로 시즌을 마쳐 다시 Q스쿨을 치러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최경주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그레이터그린스보로클래식에서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톱5’ 3번을 포함해 ‘톱10’에 5차례나 들며 상금랭킹 65위(80만326달러)에 올라 마침내 올 시즌 예선 면제 자격을 획득했다. 올들어서는 더욱 정교해진 샷과 퍼트를 앞세워 부인의 출산으로 한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서도 '톱10'에 2번이나 진입하는 등 투어생활에 안정을 보였다.

전남 완도에서 출생한 최경주는 일찍부터 스포츠에 재능을 보여 완도 화흥 초등학교 시절 축구와 역도 선수로 활약했다. 완도수산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다.

최는 부친이 모는 경운기를 타고 연습장을 다니는 등 부유하지 못한 환경 탓에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욕과 의지가 남달랐던 그는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톰 왓슨, 이안 우스남 등의 스윙 비디오를 보면서 연구하며 실력을 키운 일화로도 유명하다.


간결하고 힘있는 스윙, '블랙 탱크' 새 별명

최경주는 신장이 172cm로 대부분의 미PGA투어 선수들에 비해서는 10㎝ 이상 작다. 하지만 82㎏의 탄탄한 체구에 역도로 단련된 강한 다리 힘과 어깨 근육을 바탕으로 외국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간결하고도 힘있는 스윙을 갖추고 있다.

최경주는 부인 김현정(31)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검은 피부와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국내에서는 '필드의 타이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현재 미국 언론들은 최경주를 '블랙 탱크'라고 부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0 11:36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