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튼 북미, 주고 받을 선물 뭔가

프리처드 대사 평양 방문, 조기 핵사찰 등 현안 해결 기대

잭 프리처드 미국 대북협상담당 대사가 이르면 5월 중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백악관은 4월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유엔 상주대표단을 통해 미국과 회담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국무부에 통보해 왔다”며 “미국은 앞으로 며칠 안에 시기와 기타 구체적인 사항들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대통령 성명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뒤 백악관이 대북성명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방북 특사로는 프리처드 대북 협상담당대사가 확실시된다”며 “그 시기는 미국이 북한측 초청을 수락해 특사 파견이 결정된 만큼 이 달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과 북한은 조만간 뉴욕 실무접촉을 통해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 일정과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김정일 등 북한지도부 면담 가능성

프리처드 대사는 4월 11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와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한국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과 접촉하고 “5월 중 평양에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방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프리처드 대사는 방북할 경우 평양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상대로 고위급 북미 대화를 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단계에서 이를 넘어 백남순 외무상,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와 면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리처드 특사는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이던 2000년 10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국장 자격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부 장관의 방북 대표단에 포함돼 평양에 들어간 적이 있고 부시 정부 출범 직후 대북 협상 대사로 영전했으나 그 동안 북미대화가 동결되는 바람에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미국은 이번 북한과의 대화에서 과연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일단 미국은 백악관 성명에서 밝혔듯이 이번 대화 재개가 북한의 제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 성명에는 단지 3문장만 짤막하게 담겨 있는데 첫번째 문장은 북한이 국무부에 정식으로 대화 재개 의사를 통고했으며, 두번 째는 미국은 조만간 그 시기와 구체적인 일정을 결정하고 세 번째는 미국은 지난해 6월 이후 일관되게 대화 재개의사를 피력해 왔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북한과의 뉴욕 접촉을 비롯한 양측간 입장교환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 성명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을 전달 받은 바 없다고 주장해 왔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을 포함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 등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임동원 대통령특사를 통해 북미 대화 재개 의사를 간접 밝혔을 때에도 이에 대한 북한측의 공식 입장을 직접 전달 받은 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북한의 정식 국가명칭을 두 차례 언급해 그 ‘공식성’을 강조했다. 미국으로서는 부시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대화 입장을 천명한 만큼 북한이 직접 이에 대한 답신을 정식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따라서 백악관 성명은 이에 대한 문제가 해소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깊은 상호불신, 대화진전 낙관 일러

일단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은 부시 정부 출범 후 특히 악화국면에 돌입했던 북미관계를 재정립하는 첫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 6월 부시 대통령의 대화재개 제의에도 불구하고 1년 가까이 대화조차 응하지 않은 채 대미공세를 폈던 북한과 ‘악의 축’이라는 직설적 비난으로 대북압박을 계속하던 미국이 일단 대화의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핵사찰, 경수로 완공, 미사일문제 등 현안들을 양측이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미국으로서는 특사의 방북을 통해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의 의중을 직접 떠볼 수 있고, 북한으로서도 부시 정부의 의도를 직접 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양측은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을 통해 직접적인 의사 전달의 채널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양측간의 상호불신으로 특사의 방북이나 이에 따른 후속 대화가 쉽게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은 조기 핵사찰, 미사일 개발 및 수출중단, 재래식 무기 감축 및 인권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경수로 완공지연에 따른 보상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0 14:35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