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신화] 디지털 삼성 일군 '테크노 트로이카'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사장, 진대제 사장 테크노 인맥 구축

디지털 기업을 표방하는 삼성전자는 ‘테크노 인맥’으로도 유명하다. 반도체, 통신, 디지털 가전 등 각 분야에 내로라 하는 전문 CEO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1997년부터 삼성전자를 지휘하고 있는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한 대부분이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삼성전자에 ‘엔지니어 전성 시대’가 도래한 것은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1987년 이후. 기술의 진행 방향을 아는 사람이 전자를 맡아야 한다는 이 회장의 지론 때문이다.

전자의 ‘테크노 트로이카’로 흔히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사장, 진대제 사장을 꼽는다. 지난해 삼성전자 경영진에 할당된 스톡옵션 규모에서 윤 부회장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과 함께 가장 많은 10만주였고 이윤우, 진대제 사장은 공동 3위인 7만주였다.

세 사람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선후배 사이다. 윤 부회장이 62학번으로 가장 선배이고 이 사장은 65학번, 진 사장은 70학번이다. 윤 부회장과 이 사장은 공채로 입사했고 진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 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IBM에서 근무하다 85년 삼성에 합류했다.


윤 부회장, 이건희회장 속내 가장 잘 파악

삼성전자의 경영 전체를 총괄하는 윤 부회장은 고 이병철 창업주 당시 TV, VCR에서 반도체, 최근 통신에 이르기까지의 전자 역사를 휜히 알고 있는 산업계의 산 증인이다. 특히 1981년 VCR사업을 맡아 세계 정상으로 일궈냈다.

당시 세계 수준에 한참 뒤떨어져 있던 오디오/비디오(AV) 사업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알쏭달쏭한(?) 지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미국 포천지는 윤 부회장을 ‘기술 마법사(Tech Wizard)’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또 비즈니스 위크는 2000년 세계 25대 CEO의 한 사람으로 추천했다.

이윤우 반도체 총괄사장은 삼성의 반도체사업 초기 공장 건설에서 생산, 연구 등을 두루 거쳐 국내 반도체 기술의 1인자로 통한다.

기흥 공장장으로 일하던 80년대 중반, 일본업체의 덤핑 공세와 반도체 경기 침체기에도 과감하게 256KD램과 1메가 D램 양산 체제를 갖춰 삼성 반도체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 서글서글한 외모답게 성격도 호탕하다.

진대제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 대 전자공학 출신으로 16메가 D램과 64메가 D램 개발의 주역이다. 64메가 D램과 128메가 D램에 이어 1기가 D램까지 개발을 주도해 국제 전자업계에서 ‘미스터 칩’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진 사장은 85년 비서실 인사팀이 천거하면서 삼성에 영입된 케이스다.

당시 진 사장은 IBM과 HP 등에서 촉망 받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황창규 메모리 사장도 이건희 회장의 인력 유치 계획에 따라 영입된 경우. MIT 박사 출신으로 인텔사에서 일할 때 삼성전자에 눈에 띄었다. 256메가 D램 개발을 전두에서 지휘했다.

진대제, 황창규 사장과 함께 이윤우 총괄 대표를 보좌하는 임형규 비메모리 사장은 삼성 내부에서 육성한 공채 출신 박사. 메모리 사장을 거쳐 최근엔 비메모리를 차세대 주력으로 키우라는 특명을 받고 있다.


‘일당백’으로 오늘의 삼성전자 견인

휴대전화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정보통신부문 사장과 세계 최초로 40인치 LCD 개발에 성공한 이상완 LCD 사장도 삼성전자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간판 CEO다. 올해 경기 회복과 함께 본격적인 과실을 기대하고 있다.

이기태 사장은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등에 이어 삼성 휴대전화를 세계 4위로 끌어 올렸으며 지난해 단말기 1조원의 순익을 올려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외국인 바이어 앞에서 휴대 전화기를 땅바닥에 내팽개친 뒤 이 단말기로 전화를 걸어 품질을 과시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상완 사장은 삼성전자의 LCD 부문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주역. 과묵한 성품이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즐겨 신규 사업의 적임자로 꼽힌다. 한 명 한 명으로도 모두 ‘일당백’인 이들 테크노CEO는 미래의 디지털 삼성전자를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입력시간 2002/05/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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