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탈당…국면전환 승부수

세 아들문제 국민 사과, 의혹정리·노 후보 배려 등 다각도 포석 분석

김대중 대통령이 5월 6일 민주당 탈당함에 따라 그의 인생에서 지난 반세기동안 이어져온 정당과의 인연이 끊어졌다.

김 대통령은 박지원 비서실장이 대독한 성명에서 “최근 저희 자식들과 몇몇 주변 인사들로 인해 일어난 사회적 물의와 국민 여러분의 질책에 대해 무어라 사과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국민에 대해 사과했다.

김 대통령은 “저희 내외도 이 문제로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검찰의 수사를 통해 사건이 엄정하게 처리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각종 게이트 의혹과 3남 홍걸씨를 비롯한 세 아들의 물의를 엄정하고도 완전하게 정리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에서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주당 탈DJ, 무게중심 대통령 후보로

이에 따라 홍업, 홍걸씨 등 아들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도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게이트 의혹과 아들, 주변 인사들로 인한 파문을 하루 빨리 정리하고 국정에 전념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직ㆍ간접적으로 검찰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실장도 홍걸씨 조기귀국 여부에 대해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이미 홍걸씨가 귀국해 검찰 소환에 응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이 같은 입장은 권노갑 전 고문이 검찰에 구속 수감될 때부터 이미 예견돼 왔던 게 사실이다.

권 전 고문의 구속은 단순히 권 전 고문 개인의 비리의혹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권력 핵심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정리와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민주당 탈당을 결행한 것도 각종 게이트 의혹 및 아들 문제를 정리하고 국정에 전념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또 여야 대선 주자간의 공정한 경쟁이라는 차원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처지도 고려한, 민주당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바람을 일으키던 노 후보의 지지도가 세 아들의 잇단비리 연루 의혹과 야당측의 공세로 인해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데 대해 김 대통령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계속 보유할 경우 아들문제 의혹이 곧 노 후보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의 탈당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월드컵 개막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은 “월드컵, 아시안 게임, 경제도약, 남북관계 발전 등 내일의 국운융성을 좌우할 문제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면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다가오는 양대선거를 역사상 가장 공명정대하게 치러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초 민주당 쇄신파동 당시 당 총재직을 물러났으며 지금까지 평당원으로 지내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각각 대선 3개월전과 40여일 전 당시 집권 여당인 민자당과 신한국당을 탈당한 바 있으며 김 대통령은 대선을 7개월 여 앞두고 탈당했다.

김 대통령의 탈당으로 민주당은 ‘노무현 체제’의 색채를 부각하는 데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요 대선 전략인 ‘노무현=DJ후계자’ 공세도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민주당측의 기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앞으로 부담 없이 당의 ‘탈DJ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 의원은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로부터 대통령과 당, 대통령과 노 후보를 분리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최근 노 후보와 민주당의 지지도 하락이 대통령 아들 문제에 기인한 측면이 있는데, 당과 노 후보의 부담을 대통령이 모두 짊어지고 가겠다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위장 탈당” 공세

반면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의 탈당을 ‘위장탈당’으로 규정하고 비리척결과 정치불개입 및 국정원 대수술 등 촉구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탈당을 노 후보를 살리기 위한 ‘위장절연’으로 몰아붙이면서 ‘노무현=DJ계승자'란 공세를 계속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 든데 대한 자성과 중립적인 위치에서 나라를 이끌겠다는 진심어린 뜻이라면 환영하지만 아들 비리문제를 덮고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한 위장 탈당이라면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요구한 국정조사와 특검, TV청문회, 비상중립내각 구성, 그리고 공작정치의 배후세력으로 꼽히는 박지원 비서실장과 임동원,이기호 특보, 신 건 국정원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진정한 탈당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오 총무도 “탈당한다고 아들 비리가 숨겨지고, 민주당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으며 ‘리틀 DJ’가 당수이고, ‘스몰 DJ’가 대통령 후보인 만큼 달라질게 없다”면서 “탈당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탈당을 계기로 민주당과 노 후보가 ‘탈 DJ’ 이미지 메이킹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규탄대회 등을 통해 ‘노무현=DJ 적자론’을 계속 부각시킬 방침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0 16:00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