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昌의 전쟁] 대전·충청 "꿩대신 昌을 찍을까봐유"

이인제 중도하차에 허탈감, 노무현 후보엔 거부감

“지금 알 수 있남유. 누구를 지지할지는 그때 가봐야 알지유”

충청지역 주민들의 연말 대선에 대한 질문에 한결 같은 대답이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어 충청지역 주민들의 의중을 파악하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주민들이 간간히 내뱉는 말에서는 이 지역 출신인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의 경선 중도하차에 대한 아쉬움과 반사적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경선후보에 대한 호감이 묻어 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민주당 주자로 확정된 노무현 후보에 대한 평가는 당내 경선의 연장선상에서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인제 전 고문이 당내 경선에서 중도하차하면서 민주당 지지성향을 가졌던 주민들은 정신적인 ‘공황’에 빠져있고 이는 노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고문의 열성적인 지지자나 당내 경선에서 선전을 기대했던 일반 주민들은 민주당에 강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대전지역의 한 민주당 인사는 “당이 이인제 전 고문을 ‘팽’시킨 것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가 노 후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나. 차라리 이회창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라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의 하부조직도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6월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상당수 인사들이 후보를 고사하거나 다른 당으로 옮겨 출마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탈당 후 다른 당 소속으로 지방선거 출마를 결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오는 대통령 아들 문제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와 노무현 후보의 ‘진보적’인 성향이 보수적인 기질의 충청도 정서를 자극하면서 이회창 후보가 상대적인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평가다.

노장년층에서는 노무현 후보에 대해 “너무 진일보한 생각”이라거나 “위험한 사고”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고 노 후보의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젊은층과 개혁성향을 가진 시민단체 등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굼뜬 형국이다.

노 후보에 대한 비우호적인 평가에 반해 이회창 후보는 그의 연고지인 충남 예산군을 비롯한 충청도 서부지역과 자민련 세력이 크게 약화한 충북지역을 중심으로 호감도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과거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전 고문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될 때 “누가되든 상관없다”던 주민들이 이 고문의 중도하차 후에는 지역연고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런 성향이 연말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정계개편론 등 정치권 상황이 극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세력이 약화하긴 했지만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 등을 묶는 중부권 신당론 등에도 여전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대선기상도는 ‘가변적’일 수 밖에 없다.

대전=허택회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0 16:47


대전=허택회 사회부 thhe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