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홍3게이트와 DJ의 그릇된 자식사랑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지도자들의 사례를 보면 자식 관리를 제대로 못해 아버지까지 비판을 받는다.

미국 ABC 방송은 최근 세계 일부 국가 최고 권력자들의 아들이 부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그릇된 자식 사랑이 권력자의 아들을 망친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권력자 아들의 전형적인 부패 사례로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아들 장 크리스토프, 전 유고 연방의 독재자였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아들 마르코,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아들 토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아들 우다이의 행각을 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아버지의 후광에 업고 지위를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 크리스토프 미테랑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불법 무기거래에 끼어 들어 거액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토미 수하르토는 자신에게 18개월 실형을 선고한 대법원 판사를 살해토록 교사한 죄 등 여덟 가지 죄목으로 구속 수감됐다.

현재 외국에서 도피생활중인 마르코 밀로셰비치도 외국산 주류,약품, 담배의 독점판매 사업에 관여해 떼돈을 벌었다. 우다이 후세인도 살인,강간 등 각종 반인권적인 범죄를 저질러 국내외에서 비난을 듣고있다.

우리나라도 그 동안 대통령의 아들 문제로 나라가 혼란에 빠져들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홍일, 홍업, 홍걸씨 등이 연루된 ‘홍 3 게이트’ 역시 같은 사건이다.

그러면 최고 권력자의 자식들은 왜 이 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까. ABC 방송은 권력자의 아들이 부패의 길에 쉽게 빠져드는 원인을 보통사람과는 다른 특권계층의 환경이 이들의 성장기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시카고 대학 아동심리학 연구소장인 베넷 레벤털 박사는 “권력자들의 아들들은 매우 특수한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들이 누리는 특권이 주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는 마치 영화 배우들이 누리는 명성과 영향력이 자칫 그들의 자아를 왜곡시킬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지위가 마치 자신을 위한 것으로 착각해 특권의식을 갖고 무소불위의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옥고까지 치른 김 대통령을 어릴 때부터 지켜본 세 아들은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속에 지내왔으며 이후 자신도 모르게 분출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들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아버지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김 대통령은 5월 6일 민주당을 조기 탈당했다. 김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은(본지 4월 30일자 발행 1920호) 아들 문제로 더 이상 국정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탈당 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김 대통령의 대국민성명에는 세 아들 문제에 대한 회한의 심경이 담겨있다.

김 대통령은 “저희 자식과 몇몇 주변 인사들로 인해 일어난 사회적 물의와 국민 여러분의 질책에 대해 무어라 사과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저희 내외도 이 문제로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를 통해 사건이 엄정하게 처리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DJ는 이제 세 아들 중 최소 한 명이 옥고를 치르는 것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독재정권의 탄압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던 DJ도 아들이 사법 처리된다면 그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귀여운 자식이라도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가 있다.

5월 8일 어버이 날을 맞아 청와대는 더욱 고통스러운 분위기다. ‘집안을 잘 다스려야 나라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 우리 정치사에 반복되는 불행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이장훈 주간한국부 부장

입력시간 2002/05/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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