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昌의 전쟁] "부산시장 승리가 대선 승리"

YS의 복심 박종웅 의원 인터뷰

“부산 시장에서 승리하는 쪽이 대선도 승리할 것입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박종웅(49) 한나라당 의원이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제안한 신민주대연합 구상에 대한 김 전대통령의 의중과 본인의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박 의원은 “김 전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식해 오래 전부터 지지 후보를 밝히겠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며 “특히 김 전대통령은 노 후보의 정계 개편 구상이 명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노 후보의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이 높음을 간접 시사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김 전대통령은 DJ 정권의 국민 여론이 좋지 않고, 그간 현 정부와 좋지 않은 관계가 있었던 점이 걸림돌”이라며 “부산시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질 경우 받을 타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갈 경우 당락과 관계없이 박 의원 정치적 입지가 한단계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기는 한다”고 인정하면서 “선거 운동 기간이 촉박하고, 당을 갈아타야 하는 것이 부담이지만 김 전대통령이 결정을 내린다면 기꺼이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경선 기간 중 노무현 후보 측근 인사로부터 부산시장 출마 제의를 받았다”고 밝혀 노 후보측이 경선 때부터 YS측과 정계 개편을 전제로 교감을 쌓아왔던 사실이 인터뷰 과정에서 처음 밝혀졌다. 노무현 후보측은 경선 기간 중 YS와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물밑 접촉 사실을 내비쳤다가 문제가 되자 부인한 바 있다.

한편 박 의원은 ‘YS의 정계 개편 속에 아들 현철씨의 정치 입문이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김 전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정계 개편이 아들 현철씨의 정치 입문과 관계가 있음을 전면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노무현 후보 정계개편에 호의적


-김 전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군대에서 막 제대했던 시절이었던 1979년 ‘서울의 봄’ 때부터 6ㆍ3세대들과 함께 ‘김 전대통령을 지지하자’고 뜻을 모으면서 모시게 됐습니다. 각하께서 퇴임 후 어려운 입장에 있으면서 더 자주 뵙게 됐습니다.”


-YS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신민주대연합 제의를 수락할 것이라고 봅니까.

“(YS가)말씀을 안 하셔서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노 후보와의 만날 때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정계 개편 문제도 호의를 갖고 들으셨습니다. 저는 노 후보의 정계 개편이 지역 감정을 해소하고, 과거 민주세력의 힘을 합쳐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점에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YS가 노 후보의 제안에 대해 고민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DJ 정권에 대한 국민 여론이 워낙 좋지 않고, 또 YS께서 그 동안 DJ 정권을 비판해 왔던 것도 걸리는 부분 입니다. 그런데 노 후보의 제안을 수락하면 DJ 정권과 협조 관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김 전대통령은 결단에 앞서 지금 국민 여론을 주시하고 계십니다.”


-YS가 노무현 후보의 정계 개편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나라당내 민주계 인사들이 몇 분이나 동참하리라 생각합니까.

“당장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YS가 결단을 내리는데 있어 DJ와 손잡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인가.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영남 지역 여론도 관련이 있습니다. 영남에는 아직 반 DJ 정서가 남아 있고, ‘노무현=DJ’라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그런 지역 정서를 감안하고 계십니다.”


-김 전대통령이 현재 정계 개편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YS가 이번 기회를 중심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입니까.

“김 전대통령은 경제 문제, 남북 관계, 빈부 격차 해소, 지역 감정, 국민 통합 같은 산적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고려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노 후보의 신민주 연합론이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있기에 각하께서 고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YS가 IMF 사태로 아쉽게 임기를 마쳐 차기 정권 창출을 통해 이를 만회해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전직 대통령은 현 정부에 대해 잘못하는 것은 비판하고 어려울 때는 힘이 돼 주어야 합니다. 그 동안 DJ는 YS에 대해서 정치 보복과 비난, 매도로 일관해 두 분 사이가 안 좋아졌습니다.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안됩니다.

차기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 김 전대통령께서 정치 이념을 같이하면서 협조한다면 곧 나라를 위하는 길이고, 각하의 명예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계 원로로서 후배 지도자들을 지도 편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김 전대통령께서는 국가적 운명으로 볼 때 차기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대선 전에 누구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사는 오래 전부터 밝혀 오셨습니다.”


-그렇다면 YS가 언제쯤 지지 후보를 밝힐 것으로 보십니까.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되는 사안이라 적절한 시점에 밝히실 것입니다. 방일 중에는 지자체 선거 후라고 말씀하셨는데, 반드시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은 곤란하더라도 암묵적으로 앞서 밝힐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YS가 밀어주면 부산시장 출마할 것


-박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 제의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크게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YS께서 결단을 내린다면 그 뜻에 따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그 동안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해 온 사람입니다.

솔직히 말해 부산시장에 출마해 당선되기는 시기적으로 매우 촉박한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당을 갈아타고 출마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또 지금 부산은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편인데, 이것이 결단을 내리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부산시장에 출마)한다면 모험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 후보측으로부터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 개별적인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얼마 전 친한 사이인 문재인 변호사가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며 ‘노 후보가 될 거 같은 데 이번 부산시장 선거가 중요할 것 같다.

나보고 나가라는 얘기가 있는데, 나는 정치 경험도 없고 정말 생각이 없다. 박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게 적격이다. 노 후보가 정계 개편을 할 생각이니 박 의원이 맡아 달라’고 요구를 해 왔습니다. 당시에는 사양 했습니다. ”


-그 제의를 받은 게 민주당 경선 기간 중입니까?

“그렇습니다.”


-부산 민심은 노무현, 이회창 후보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보십니까.

“여론조사로 보면 부산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1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옵니다. 지방선거까지 한달 여 남은 기간 중에 그것을 얼마나 뒤집을 수 있느냐는 미지수 입니다.”


-부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시장 출마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단지 당선 가능성 때문에 이런 것은 아닙니다. YS께서도 지금 여건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하자고 결단을 내리신다면 그것은 당락을 뛰어 넘어서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기꺼이 (부산시장 선거에)뛰어들 생각입니다.”


-노 후보는 사실상 대선 전초전인 부산 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부산 시장에 출마하는 것이 차기 정권에서 박 의원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부산시장이 어느 곳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부산시장에 출마한다면 그것은 노 후보와 YS의 핵심 고리 역할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솔직히 이번 부산시장 출마 문제가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개인적 의미)을 염두에 두고 출마 하겠다, 안 하겠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하고 싶은 잔이지만, 피할 수 없는 잔이라면 기꺼이 받을 생각’입니다.”


현철씨 차기총선에 나올 듯


-현철씨의 요즘 근황은 어떻습니까. 정치 진출설 있는데.

“당시에는 많이 괴로워했는데 지금은 상당히 적응을 잘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많이 성숙하고 강해졌습니다. 이번 보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 같고, 잘하면 다음 총선에서나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YS의 정계 개편의 깊은 심중에 현철씨의 정치 입문도 포함돼 있는 것 아닙니까.

“김 전대통령께서는 아들 문제를 염두에 두고 정계 개편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지는 모르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선에 어떤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리라 보십니까.

“부산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입니다. 부산에서 승리하는 당이 지자체와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입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0 17:3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