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昌의 전쟁] 서울 전통적인 야 성향, 이번엔 바뀔까

개혁지지 VS 여당견제 구도, 시장선거가 바로 미터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주자로 노무현 후보가 최종 확정됨으로써 사실상 17대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올랐다. 한나라당도 이변이 없는 한 이회창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 제3의 후보가 뛰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2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은 노ㆍ이 후보의 양자간 싸움으로 압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역대 대선에서 서울시민은 매번 야당 편에 서 왔다. 1987년과 92년 97년 대선에서 번번히 야당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이는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와 함께 개혁성향의 야당을 지지하는 표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전혀 예측불허다.

개혁지지자들은 노 후보편에, 여당 견제파는 이 후보쪽으로 갈릴 공산이 크다. 지역별로는 30%에 육박하는 호남출신 유권자들은 민주당 노 후보에, 충청과 TK지역 출신은 한나라당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 쉽고 부산과 기타지역은 혼전이 예상된다.

또 노 후보는 서민층에, 이 후보는 중산층 이상계층에 지지도가 높고 연령별로는 노 후보가 20~30대 청년층, 이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다음달 13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17대 대선을 점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30대 김민석 후보와 한나라당의 60대 이명박 후보간 대결은 어느 면으로 보나 대선의 복사판과 다름없다. 이 선거의 향배가 결국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야 모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노 후보측은 “개혁성향 유권자들과 동서화합을 바라는 중부권 출신 유권자들이 우리를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시장선거의 승리를 발판으로 노풍을 대선까지 이어간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 후보는 여촌야도(與村野都) 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후보측은 “여당 견제심리를 겨냥해 김대중 정권의 실정을 집중 부각하면 매 선거마다 보여온 야도(野都) 표심이 다시한번 작용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서울시민의 표심이 시장선거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는 개혁성향과 여당 견제심리와의 한판승부가 될 것”이라며 “개혁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이 많은 서울시의 경우 노 후보쪽이 조금은 유리한 구도이지만 이들에 대한 투표율 끌어 올리기가 관건”이라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염영남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0 17:39


서울=염영남 사회부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