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뻐꾹채

어버이날을 보내고 스승의 날을 앞에 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물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카네이션을 생각하겠지만 필자는 뻐꾹채란 식물의 꽃이 먼저 떠오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몇 해전 한 시민단체가 우리식물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에 왜 유래도 알 수 없는 서양 꽃인 카네이션을 사용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체는 이와 함께 많은 카네이션이 수입돼 외화가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그래서 이 카네이션을 대체할 우리 꽃을 찾아보고자 했다.

처음 의견은 카네이션의 원조 격이며 국내에서도 자생하고 있는 우리 꽃인 패랭이꽃을 생각했지만 이 식물은 개화기가 여름인지라 기념일들을 옮길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러저러한 논의를 거쳐 꽃도 아름답고 큼직하며 꽃이 피는 시기도 비슷하고 모성이 깊은 뻐꾸기와 관련된 전설도 있다 하여 뻐꾹채가 후보로 뽑혔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있는 생각이 바로 현실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당장 야생 식물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기에 꽃을 피워 규격에 맞는 원예상품으로 생산해야 했다.

1년 동안 이 꽃을 키우느라 여러 사람이 애썼지만 결국 행사 날 적절히 꽃을 피워낸 개체들은 충분치 않았다.

결국 뻐꾹채는 이미 익숙해진 서양 꽃 문화에서 벗어나 진짜 우리 꽃을 우리 곁에 둘 수 있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준 식물이었던 셈이다.

뻐꾹채는 우리나라의 산 가장자리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비탈진 산자락에서 무릎높이로 잘 자라면 허벅지 높이 까지도 자라는 뻐꾹채가 그 줄기 끝에 어린 아이 주먹만한 꽃송이들을 쑥 올려내어 놓은 모습은 참 인상적이다.

게다가 팔뚝만한 잎새는 빗살모양을 만들며 6∼8쌍으로 깊이 갈라져 흰털이 가득한 채 분백색이 돌아 특별하다. 꽃은 늦은 봄에 피기 시작하여 여름까지 볼 수 있다. 꽃차례의 지름이 3, 4cm정도 될 만큼 크고 탐스럽다. 엉겅퀴와 닮았지만 더 탐스럽고 가시도 없으니 참 좋다.

뻐국채란 재미난 이름이 생겨난 이유는 뻐꾸기가 우는 오월이면 이 꽃이 피는 시기여서 옛 사람들은 이 탐스런 꽃을 피게 하는 것이 바로 뻐꾸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꽃송이들을 감싸고 있는 부분이 마치 뻐꾸기의 앞가슴 깃털을 닮아 그리 되었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에 뻐꾹채의 붉은 꽃송이가 뻐꾸기의 붉은 입 속을 연상케하는 까닭이 보태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 지방에 따라서는 멍구지 혹은 고려엉겅퀴라고도 부르고 한자 이름은 야홍화(野紅花)이다.

예전엔 뻐꾹채가 긴요한 먹거리였다. 우선 어린 잎은 데쳐 말려 묵나물로 무쳐먹고 꽃이 피기 전 긴 꽃대는 껍질을 벗겨 날로 먹는데 쓴맛과 단맛이 함께 들어 맛나다고 한다. 초고추장은 물론, 요즈음 방식으로 하면 샐러리처럼 마요네즈를 찍어 먹어도 좋다.

꽃도 따서 먹는데 고운 꽃색이 보이도록 찹쌀 옷을 살짝 입혀 튀겨먹으면 녹진한 맛도 좋고 보기도 좋으며 살짝 데쳐 샐러드로 먹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진분홍빛 꽃잎이 담겨 있는 샐러드의 풍미를. 요즈음 한창 유행하는 서양의 허브가 별거 아니다 싶다.

물론 한방에서도 이용했는데 주로 뿌리를 캐어 말려 누로(漏蘆)라는 생약명으로 썼다. 청열, 소종, 등의 통증과 근맥소통 등에 효능이 있어 여러 증상에 처방했다. 특히 해독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올해도 어버이날이라고 딸아이가 건네준 꽃송이는 카네이션이다. 언제즘 우리꽃 뻐꾹채로 바뀌려나.!

이우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입력시간 2002/05/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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