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월악산

계곡에 넋 잃고 바위병풍에 질려도…"좋다"

월악산(충북 제천시)은 험한 산이다. 우리나라 5대 악산(惡山)에 꼽힐 정도이다. 해발 1,097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등산의 난도는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견줄만하다. 짧은 시간에 인내와 체력의 시험장으로 제격이다. 산 전체의 모습이 달을 닮았다고 해서 월악산이다.

월악산의 정상인 영봉에 오르는 길은 모두 4가지가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덕주사 코스를 비롯해 송계리(동창교) 코스, 신륵사 코스, 보덕암 코스 등이다. 등산과 하산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빼어난 경관을 구경하려면 덕주사 코스로 올라 신륵사 코스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송계계곡과 용하계곡 등 월악산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계곡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나 승용차를 가지고 갔다면 다시 출발지로 돌아와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이런 경우에는 덕주사 코스로 올라 송계리 코스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 1㎞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15분 정도 걸으면 출발지에 닿을 수 있다.

덕주사 코스로 영봉에 올라 본다. 등산로 입구에서 찻길이 나 있는 덕주사까지는 거의 평지. 오른쪽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경치가 만만치 않다. 수경대, 학소대 등 계곡의 명승이 이어진다. 덕주사는 신라의 마지막 공주인 덕주 공주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이다.

6ㆍ25때 모두 불에 타고 1970년 새로 지었다. 덕주사를 지나면 길은 계곡을 가로지른다. 약간 경사. 워밍업 코스이다. 덕주사에서 약 30분 거리에 덕주사 마애불(보물 제406호)이 있다. 높이 13m로 바위 절벽에 조각되어 있다. 고려 초기의 양식이다.

마애불에서 결단이 필요하다. 등산 경험이 적거나 몸이 불편하다면 발길을 돌리는 것이 좋다. 마애불에서 960봉까지의 고통의 길이다. 길이 아니다. 깎아지른 벼랑을 기어오른다. 바위 사이사이를 돌아 수직에 가깝게 등산로가 나 있다.

대부분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비교적 완만한 곳은 돌계단, 험한 곳은 철계단이다. 철계단은 경사도가 거의 90도에 가까운 것도 있다.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자주 쉬는 것. 뒤를 돌아본다. 바위 능선이 병풍처럼 하얗게 펼쳐져 있다.

숨이 턱에 닿도록 헉헉거리며 오르기를 약 1시간. 960봉에 닿는다. 길은 편안한 주능선 길로 접어든다. 약 25분 걸으면 주봉인 영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봉은 거대한 절벽이다. 길은 절벽 봉우리를 빙 돌아 뒤 쪽으로 나 있다.

약 30분 정도 걸리는 짧은 코스이지만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길은 단순히 오르는 길이 아니다. 한 굽이 돌면 오르막, 한 굽이 돌면 내리막이다. 완전히 파김치가 된다. 역시 마지막 부분은 계단이다. 절벽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매달아 놓았다.

드디어 영봉에 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충주호이다. 대단한 위용을 자랑한다. 그리고 산들이 보인다. 소백산 등 백두대간의 거친 연봉과 구담봉, 옥순봉 등 단양팔경도 한 몫을 한다.

어느 쪽으로 오르내려도 최소한 6시간을 잡아야 한다. 간식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하고 특히 물을 넉넉하게 가져가야 낭패를 면한다. 월악산에 들렀다면 자연 관찰로를 꼭 들러야 한다. 만수계곡의 약 2㎞ 구간에 조성돼 있다.

아이들도 쉽게 돌아볼 수 있다. 월악산의 모든 동식물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043_653_1205)에서 매주 토,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자연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체일 경우에는 수시로 실시한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2/05/16 14:5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