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1,2

빼꼼히 열어보는 역사의 보물창고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1,2
고운기 글. 양진 사진. 현암사 펴냄.

삼국유사는 신라 백제 고구려 등 한국 고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보물창고다.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서 피리로 풍랑을 일으켜 왜구를 혼내주었다는 만파식적의 마법 같은 신비의 세계나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로 시작되는 구지가(龜旨歌)의 주인공인 수로(首露)부인 이야기는 그 어느 나라의 신화와 설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영감을 제공한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가 정치사를 중심으로 기술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더불어 고려시대가 낳은 양대 고전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찬밥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아서왕 이야기 같은 외국의 건국신화나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를 비롯한 팬터지 소설에 빠진 사람은 많아도 삼국유사에 심취한 사람은 거의 없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리 시대 지식층의 지적 혹은 감수성의 빈곤과 문화적 열패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사실 삼국유사를 한글로 번역한 책은 많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삼국유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번역과 고증에 치중한 학술서에 가깝다. 귀중한 노작들이지만 딱딱하고 메말라 완독은 거의 고통에 가깝다.

시인 고운기가 최근 펴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에는 삼국유사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필자의 노력이 책 전반에 배여 있다.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맞게 기술한 삼국유사 해설서인 셈이다.

책 제목에서 ‘촌티’가 난다고 해서 조잡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1991년부터 삼국유사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저자는 일연이 태어난 경북 경산과 일연이 머물렀던 진전사(양양) 오어사(포항) 운문사(청도), 그리고 숨을 거둔 인각사(군위) 등 거의 전국을 직접 답사하는 등 10년간 발로 뛰었다. 무척 진지하고 품격도 갖춘 삼국유사 답사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400여장에 달하는 사진작가 양진의 괜찮은 컬러사진들이 좋은 지질 위에 짜임새 있게 편집ㆍ인쇄되어 있어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제공한다. 삼국유사의 부할을 기대해 본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2/05/1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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