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미국의 어제와 오늘

프렌즈, 뿌리

DVD는 영화나 비디오 감상에 비해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에게 적합한 매체다. 본 영화의 두 배 내지 세 배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부록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주연 배우와 감독에 대한 소개, 예고편 정도는 기본이고, 감독이 영화를 함께 보며 배우는 어떻게 섭외했는지, 그 장면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그때 무슨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감독의 설명을 듣고 보자면 다시 영화 한 편 보는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영화 제작 과정을 회고하는 배우, 스태프 등의 이야기와 당시의 제작 광경을 담은 다큐멘터리라도 들어있다면, 이 역시 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각오해야 한다.

부록이 이런 경지인데 영화 자체가 TV 시리즈물이라면 어떨까? 몇 날 며칠을 각오한 분께 DVD로 출시된 두 편의 미국 인기 TV 시리즈물을 소개한다.

‘프렌즈 Friends’(워너, 15세)는 <베스트 오브 프렌즈>라는 제목으로 하이라이트만 모은 비디오 3편이 출시된 데 이어 DVD로는 시즌 2, 3차가 먼저 출시되었고, 6월에 시즌 1이 출시될 예정이다. 시즌 1은 24개 에피소드가 담긴 3개 디스크로 본 영화 감상에만 587분이 소요된다.

여기에 스태프와 배우 소개, 제작자와 기획자가 드라마 탄생 과정을 이야기하는 부분, 그리고 여기에 프렌즈에 관련된 퀴즈, 까메오로 출연했던 톱 스타 13명이 그들이 출연했던 장면과 함께 소개되고, 드라마의 주 무대 중 하나인 커피 숍 내부를 3대의 카메라로 보는 섹션, 시즌 2 예고편 등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3차분까지 보려면 시간이?

프렌즈는 1994년부터 미국 NBC-TV에서 방영된 코믹 시트콤이다. 직장, 사랑, 우정 등으로 고민하는 남자 셋, 여자 셋의 여섯 젊은이가 만들어내는 건강하고 엉뚱한 웃음은 큰 인기를 끌어 9번째 시리즈까지 만들어졌다.

결혼보다 동거나 독신을 택하는 현대 젊은이의 삶의 방식을 반영한 이 시리즈물은 케이블 TV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어 TV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의 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프렌즈의 인기는 출연 배우를 한 회당 100만불을 받는 인기 스타로 만들었고, 이들은 현재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빈틈 없고 따지기 좋아하는 깍쟁이들 같지만, 덤벙대며 실수를 연발하고 갖가지 소동을 일으키는 귀여운 애 어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제니퍼 애니스톤, 커트니 콕스, 리사 쿠드로 등 세 여배우와 데이빗 슈머, 메튜 페리, 맷 르블랑 등 세 남자 배우다.

‘뿌리 Roots’(워너, 전체)는 국내 TV로도 방영되어 쿤타킨테라는 주인공 이름을 유행어처럼 회자시킨 1977년 작품이다. 흑인 작가 알렉스 P 헤일리가 자신의 조상의 뿌리를 찾는 12년의 연구 끝에 발표한 소설은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1750년, 서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7대 선조 쿤타킨테의 탄생에서부터 100여년에 걸친 미국 흑인 역사를 그린 TV 시리즈물 역시 에이미상 5개 부문을 석권한 역작이 되었다.

이번 DVD 출시작은 3개 디스크에 본 영화만 578분. 부록으로 감독(마빈 촘스키, 존 어만)과 배우, 제작자가 영화 전편을 함께 보며 회상하는 코멘터리가 들어있고 다시 비디오 하이라이트에 주요 코멘터리를 모아놓았다.

고인이 된 헤일리에 대한 회상이나 헤일리 자신이 해설하는 부분에 이르면 본 영화못지 않은 감동에 젖게 된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5/16 19:2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