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밸리 24時] 유목무화에서 배우는 벤처경영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매월 열리는 인터넷기업 CEO 조찬모임에서 징기스칸의 유목문화를 주제로 강연회를 가진 바 있다.

징기스칸은 13세기 몽골제국을 건설하는 등 아시아와 유럽에 걸친 광활한 영토를 통치했다.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른 질주의 유목 문명사와 대제국의 건설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벤처 경영을 위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특히 징기스칸이 광대한 대륙을 통치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면 벤처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라는 것이다. 성을 쌓는 사람은 정착문명이 낳은 과거형 인간이고 길을 닦는 사람은 유목 이동문명이 낳은 미래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벤처시대 CEO는 길을 닦는 미래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판로를 찾는 벤처경영은 성을 쌓는 폐쇄경영보다 개방적인 네트워크 경제라는 주장이다.

둘째 속도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유럽기사단의 갑옷과 무기의 무게가 70Kg인데 반해 원거리를 이동해야 했던 징기스칸 군대의 군사장비는 7Kg에 불과했다. 전후좌우로 달리는 말을 중시하였으며, 유목민 숙소인 '겔'은 설치와 철거가 용이하여 속도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해야 하는 스피드 경영. 오늘날 벤처경영에서 필수 불가결한 경영 방식이다.

세째 모든 이익은 공동분배 하는 것이다. 징기스칸은 철저하게 개별약탈은 금지했다고 한다. 개별약탈은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구성원의 신바람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징기스칸은 전쟁의 공을 세운 순서에 따라 전리품을 공평하게 나눠 갖게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가 항상 검소하게 살았으며, 부하들과 똑같이 입고 자신의 것을 부하들과 공유했다고 한다. 능력중심의 공정한 분배. 이 또한 벤처CEO가 지향하는 중요한 덕목인 것이다.

넷째 징기스칸식 정보 전달체계인 역참제를 통한 정보화의 승리를 들고 있다. 몽골리안들은 13세기에 이미 역참제를 통하여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역참제는 초원의 유목제국에서 수천개의 역이 점점이 흩어져 있어 네트워크형 전달방식으로 짜여져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전달루트를 통하여 속도감 있게 다자간 정보교환을 이루었다. 폐쇄적, 수직적이 아닌 쌍방향, 다자간 정보전달 체계를 갖추는 정보경영. 이 또한 네트워크 경제에서 이길 수 있는 중요한 벤처경영 방식이다.

지금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의 벤처기업은 광활한 초원에 우뚝 선 징기스칸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징기스칸으로부터 배워할 세세한 덕목들이 아닌가 싶다.

13세기 우리조상과 같은 원류인 몽골리안은 징기스칸식 정책으로써 유라시아 제국을 건설했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IT와 벤처라는 무기로 새로운 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는 모든 벤처 CEO가 가지고 있는 비전일 것이다.

이금용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2/05/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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