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클릭닉] 비만 치료제만으론 안된다

살 빼는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누구나 한 번쯤은 “좋아하는 음식을 맘껏 먹어도 소화제처럼 간단히 복용하기만 하면 살찌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과연 이런 약이 있을까? 지금까지 이러한 약들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개발된 약들의 대부분이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거나 부작용이 많아, 비만치료제로서 공식적으로 인정 받았던 경우가 드물었다. 어떤 약은 미국 식약청(FDA)의 공인까지 받고 시판되었다가 심장병과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후에 사장된 적도 있을 정도였다.

최근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는 X약과 식욕을 억제하는 R약이 국내에 들어와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까지 비만치료제로서 인정 받고 있는 약은 이 두 가지 밖에 없으므로 이들 약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보기로 하자. 이 두 약은 상대적으로 많은 임상시험을 거쳐 어느 정도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된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약들의 등장은 지금까지 비만치료제의 등장을 갈망해오던 환자들과 의사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들이었다. 두 약 모두가 2년 이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었고, 미국 식약청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약들이다. X약은 음식으로 섭취한 지방의 장내 흡수를 30% 정도 억제시켜 자연스럽게 체내로 들어오는 지방의 양을 줄여주는 약이며, R 약은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식욕억제에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는 약들이다.

일부에서는 두 약을 두고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두 가지 약의 작용기전이 다르고 또한 서로간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측면이 많아 두 약 중 어느 특정 약이 더 좋은 약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비만 환자의 상태나 식습관 등의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 약의 선택이 이루어지면 아주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약들이다.

예를 들어, 지방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이 X약을 먹을 경우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며, R 약은 변비, 두통 등을 유발하고 약간의 혈압상승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심하게 겪는 사람들에게는 사용이 곤란할 것이다(고혈압은 심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해도 무방함). 어떤 환자 분들은 그렇다면 이들 두 약을 동시에 같이 복용하면 어떨까 하고 물어오기도 한다.

물론 그 작용기전이 달라 더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 이 약들이 상당히 고가인데다가, 두 약을 섞어 먹었을 경우 그 효과가 두 배가 되지 못하고 약간 더 효과를 상승시킬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두 약의 혼합복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요즘 시중에서 정체를 모를 비만 치료제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신이 비법(?)으로 개발해낸 비만 특효약이라고 선전하고 일부 비만치료 전문인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등장해서 비만 치료는 약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약들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비용과 인력과 실험을 통해 수년간을 노력해서 겨우 한 두 가지를 개발하고 있는데 과연 이 분들이 개발하거나 조합한 약들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체중감량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몇몇 조사에 따르면 최근 유행하는 정체 모를 약들의 대부분이 이뇨제나 갑상선호르몬, 카페인, 천식약 등이어서 비만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그 효과나 부작용, 장기적인 체중유지 등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는 약들이다.

비만치료 과정에서 약은 반드시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허가된 약들 만을 필요할 경우에 한정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분별한 비만 치료제의 남용은 예기치 못한 문제들을 유발할 소지가 높다. 반드시 적절한 진료 하에 처방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얼마 안 가서 비만은 약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질병이 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눈부신 의학의 발전 경향을 볼 때에 조만간 이런 꿈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개발된 약들의 효과가 완전하지 못하므로 반드시 운동요법과 식사요법, 행동요법 등 다른 요법과 병행해서 치료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2002/05/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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