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혈투] 대권의 절반, 부산을 먹어라

한나라당 '안방' 부산에 노풍 앞세운 민주당 '깃발 꽂기' 대혈투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선거 결과가 대통령선거의 판도를 읽는 중요한 한 지표로 부상되면서 부산이 전국적인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 후보가 부산을 최대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총력을 기울일 태세를 보이고 있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역시 크게 긴장하며 수성의 의지를 다지고 있어 부산에서 불꽃 튀기는 `진검승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의 입장에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스스로 공언해온 영남 득표력을 입증해 보여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특히 스스로 `영남권 광역자치단체장 중 한 사람이라도 당선시키지 못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약한 만큼 가장 여건이 나은 부산시장 당선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입장이다.

한나라당도 부산시장을 민주당에 내줄 경우, `노풍'이 영남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수성에 성공할 경우 영남에 대한 한나라당의 영향력을 재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천년민주당의 자중지란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부산은 최대 전략 요충지로 꼽고 있다.


안상영, 검증, 탄탄한 조직 장점

한나라당은 4월 10일 이미 당내경선을 마치고 현직 부산시장인 안상영 후보를 내세워 착실하게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민주당도 최근 한이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후보로 내세우고 본격적인 선거준비에 착수했다.

안상영 후보측의 강점은 물론 현직 시장이란 점에 있다. 관선, 민선을 합해 10년 가까이 부산시장으로 있으면서 부산시정 안팎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검증된 시장'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자신의 지명도도 큰 강점이다. 이 지역에선 `여당'인 한나라당의 탄탄한 공·사조직을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반면 오랫동안 시정을 맡아와 시민들에게 식상감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최근 이회창 후보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안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지만 당내 경선에서 그에게 12표 차로 석패한 권철현 의원이 당내 불공정 경선이라고 주장해 내홍을 겪은 것처럼 부산지역 한나라당의 기류도 그에게 전적으로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안 후보 자신은 재산형성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평생 공직자로 일해온 그가 50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시민에게 의아하게 비치고 있는 대목이다.


한이헌 취약한 조직, YS정서에 기대

한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내정된 한이헌씨는 노무현 후보가 고심 끝에 뽑아 든 카드다. 알려진 대로 노무현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측과의 연대를 영남권 돌파의 최대 전략으로 삼고, YS의 최측근인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을 후보로 추천해 달라고 YS에게 요청했지만 YS가 명시적인 후보추천을 거부함으로써 이른바 `민주대연합'의 불을 부산에서부터 당기려던 전략은 일단 주춤해진 상태다.

한씨는 `박종웅 카드'가 불발됨으로써 대타로 나서게 된, 일종의 `꿩 대신 닭'이지만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한씨의 출마에 YS의 암묵적 지지가 담긴 것으로 부산 시민들이 읽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이헌씨의 약점은 아무래도 안 후보에 비해 선거를 준비할 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비해 이 지역 민주당 조직도 상대적으로 크게 취약해 바람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지만 한때 바람이 거셌던 부산지역에서의 `노풍'이 주춤한 것도 초조한 대목이다.

어쨌든 부산시장 선거는 전체적인 대선전 흐름의 한 부분집합으로서 `노무현이냐', `이회창이냐' 하는 부산시민의 선택 속에서 그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25일 지역언론인 국제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부산지역에서 이회창후보가 42.2%로 노무현후보(36.3%)를 5.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지지도는 `노풍'의 영향이 한창 거셀 때 실시된 조사이어서 노무현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지만, 최근엔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여파로 한창 상승하던 `노풍'의 기세가 약간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확산, 반 DJ정서심기 총력

이 때문에 민주당측은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노무현 후보가 부산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노 후보 스스로 `노풍'을 확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5월 3일 후보선출 후 첫 지방 행선지로 부산을 찾은 노 후보는 "민주세력의 단합과 화해를 통해 한국정치의 지역대결 구도를 종식시키겠다"며 부산의 중요성을 강조해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했다.

한이헌씨도 10일 부산 민주당 지구당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갖고 "노 후보와 자신은 환상의 콤비"라며 "개혁적인 노무현 후보가 경제관료 출신인 자신을 시장후보로 선택한 것은 중도개혁노선의 이미지를 높여 안정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노풍의 확산을 부산시장 선거전의 주요 전략으로 채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에게 `리틀 DJ'의 이미지를 씌워 최근 아들 비리 여파로 다시 점화된 이 지역의 `반DJ'정서를 활용해 노풍 잠재우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8일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방선거 부산필승결의대회는 말 그대로 `노풍 잠재우기'행사였다.

"노무현씨는 YS를 버리고 DJ에 붙었던 DJ의 정치적 양자”(유흥수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장),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김 대통령의 비리를 다 덮어주고, 5년 뒤 전라도에 정권을 넘겨줄 것”(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등 갖가지 원색적인 험구(?)가 쏟아졌다.

이회창 후보도 "부산은 당이 어려울 때 받쳐준 힘”이라며 "말로 다할 수 없는 찬사와 뜨거운 애정을 보낸다”고 부산시민에게 노골적(?)인 ‘러브 콜’을 했다.

이 같은 양당의 뜨거운 구애작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방선거전이 본격적으로 개막되지 않아서인지 부산시민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덤덤한 편이다. 시민들은 부산시장선거가 이번 대선의 최대 전초전이라는 것을 의식하고는 있지만 아직 전체적인 여론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채 관망하는 분위기다.


YS 움직임등 변수 많아

그래서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우세했던 한나라당 지지 분위기를 민주당 쪽이 '노풍'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과연 반전시킬수 있을까 하는 것이 부산시장선거 감상 포인트라는 지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만, `홍3(弘三)게이트'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지, 노무현 후보가 어느 수준까지 DJ와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YS가 간접적인 화법으로나마 특정 후보에 지지의사를 표명할지 여부가 부산시장 선거의 판도를 가름할 몇 개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측이 어느 정도 규모의 20~30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한나라당측이 전통적인 조직의 강세를 얼마 만큼 활용할 수 있을지가 실제 개표의 향방을 가르는 변수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부산=강동수 국제신문 문화부장

입력시간 2002/05/17 15:0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