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타운] '12정령' 여배우는 몸으로 말했다

영화 '마고',파격적인 집단 누드로 외설시비도

국내 영화 사상 최다 누드 신이 펼쳐진다.

한민족의 개벽 신화인 ‘마고 설화’를 현대적 이미지의 집단 누드로 표현한 영화 ‘마고’(18세, RMJC)가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고 신화에 나오는 낙원의 삶과 현대 문명을 대비, 파괴로 치닫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통렬한 경고를 담은 실험적 영화다.

드라마 구조를 배제, 퍼포먼스로 펼쳐지는 현란한 영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집단 창작에 의거한 충격적 영상이 우선 눈에 띤다. 장경기 시인이 1999년 월간 ‘현대시’를 통해 발표한 ‘마고’시를 텍스트로 삼은 다소 난해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다.

경희대 이영란 교수가 배우들의 혼을 끌어내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연기 지도했고, 특수촬영 전문 사진작가 김가중이 정신세계를 영상으로 포착해내는 독특한 사진 예술미를 보여준다.

강현일 감독은 “인간의 몸이야말로 시원의 꿈과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신화적 구원의 샘”이라며 누드 영상이 영화 전반을 차지하는 데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년 간 우리 문화 유산을 ‘흙과 혼의 만남’으로 해석, 2,000여 편의 영상물로 남긴 다큐멘터리의 거목이다.

대자연을 상징하는 12명의 늘씬한 주연 여배우들이 영화 내내 전라로 출연한다. 평균 1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차례에 걸친 엄격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 배우들이다. 누드 작품이라 애당초는 연기자 모집의 어려움을 걱정했던 제작진은 “부모 손을 잡고 오디션 장소에 나온 배우들이 많았다”며 예상외의 뜨거운 호응에 놀라움을 표했다.

경희대에서 무용을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천무 정령 역의 이이림(27)씨를 비롯해 12명의 주연 배우 모두가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이다.

물 정령 역의 단야(24ㆍ본명 최숙진)씨는 “스스로 누드 연기를 선택한 것이므로 당당할 수 있었다”며 “신체언어를 사용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길 정령 역의 이은미(22)씨도 “정령의 순수한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누드 연기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첫 누드 테스트 촬영의 주인공으로 뽑혀 강원 철원의 계곡인 고석정에서 남자 배우 100여 명에 둘러싸여 홀로 옷을 벗었다”며 “너무 힘들고 무서워 울음을 터트릴 뻔 했다”고 돌이켰다.

주연 배우 12명과 함께 단역배우협회 등에서 모집한 엑스트라 813명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 연기를 펼쳤다. 1998년 정지영 감독의 영화 ‘까’에서 주연배우 30여명이 알몸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은 바 있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이 전라로 출연하기는 한국 영화 사상 처음이다.

이들 단역 배우들은 하루 출연료로 여자 배우의 경우 30만원, 남자 배우는 15~2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누드신으로 외설 논란을 빚고 있는 데 대해 강 감독은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서 호기심으로 찾아온 관객들은 극장 문을 나설 때 영화가 주는 따뜻한 메시지를 안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4일 개봉.


■ 김을분 할머니 대종상 신인상 후보

영화 ‘집으로…’에서 열연을 펼쳐 전 국민의 외할머니가 된 김을분 할머니가 5월 26일 발표될 제39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77세인 김 할머니는 역대 대종상 신인여우상 후보 가운데 최고령 후보로 기록됐다.

5월 9일 대종상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부문별 후보 명단에서 ‘버스 정류장’의 김민정, ‘나쁜 남자’의 서원 등과 함께 신인 여우상 후보에 오른 김 할머니는 “77년 동안 한번도 영화를 구경 못해봤다”는 역대 영화 역사상 가장 독특한 여배우가 됐다.

‘집으로…’는 손주 역을 맡은 유승호(10)군또한 신인 남우상에 오르는 등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모두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 사춘기 소년의 성(性),몽정기

사춘기 소년들의 성적 환상을 그릴 성장 섹스코미디 영화 ‘몽정기’(감독 최화진, 강제규 필름)에 김선아와 이범수가 주연으로 발탁됐다.

새 영화에서 김선아는 육감적이면서 지적인 교생으로 나와 사춘기 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평소 늘씬하고 볼륨감 있는 몸매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김선아는 엉뚱한 성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적역이라는 평가다.

이범수는 김선아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받는 노총각 수학교사 역을 맡았다. 국내 최초 섹스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몽정기’는 8월 개봉할 예정이다.

배현정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20 15:36


배현정 주간한국부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