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

한국정치에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약 1년 간의 정치과정을 살펴보면 그것은 크게 두 과정을 통해 전개된다. 그 첫 과정은 임기말 레임덕과 권력형 비리분제로 그 권위가 크게 떨어진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을 대상으로 야당의 집중적인 비판과 공격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점차 또 하나의 과정으로 전환되어 가는데 새로이 선출된 대총령 후보간의 본격적인 경쟁의 과정이 그것이다.

현재 우리의 정치는 대통령 아들의 권력형 비리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붐하다. 그러나 그런 중에서도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결정됨으로써 이제 대선 경쟁의 구도가 보다 분명해졌다.

물론 연말 대선까지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국 정당정치의 기본축을 이루고 있는 양 정당의 후보가 결정됨으로써 대선 경쟁의 기본 구도는 일단 갖추어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의 후보로 선출된 이회창 후보는 우리 사회의 무엇을 상징하고 무엇을 대표하고 있는가?

우선 세대의 측면에서 본다문 노무현 후보는 여론조사와 그 선출과정의 '노풍' 현상이 보여주었듯이 한국정치를 향한 변화의 요구, 특히 30∼40대 젊은층의 그것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주로 40∼50대 중년층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고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것은 지지상(像)의 이같은 세대 차이가 단순히 지지 유권자 연령상의 차이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것은 세대에 따른 정치의식 또는 정치문화의 차이를 더 반영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중년층 이상의 세대는 전통적인 형태의 정치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는 한편 젊은층은 이 같은 구태의연한 정치의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색깔론이 거의 먹혀 들지 않았던 것이나 기존의 정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활동이 등장했던 것은 이 같은 요구의 분출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양 후보의 계층적 상징성과 대표성은 어떠한가? 한국에서의 계층은 크게 기득권층 중산층 서민층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번 경선 과정을 통해 대체적으로 기득권층은 이회장 후보를, 서민층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같은 계층적 구분은 우리 사회의 주류, 비주류 구분과도 일정한 연관을 갖는데 주류란 부와 군력 그리고 학벌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주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인 반면 비주류란 거기에서 소외된 다수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상호 대조적인 출신 대경과 학벌을 가진 양 후보의 경쟁은 우리 사회 주류와 비주류간의 대립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양 후보의 지역 대표성은 어떠한가? 이회창 후보의 지역 대표성이 영남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통합을 외치고 있는 노무현 후보의 지역 대표성 또한 호남과 영남의 양 지역에 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양 후보의 지지가 특히 영남에서 중첩되고 충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향후 영남을 둘러싼 양 후보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점에서는 영남지역에서의 지지 정도에 따라 양 후보 대선 경쟁의 최종적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상 세대·계층·지역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그 정책적 지향이 어떻게 표현될지라도 그 지지기반의 차이는 분명할 듯하다.

영호남 지역통합을 기반으로 서민과 비주류를 대표하여 30∼40대 젊은 층의 지지가 전자 지지의 중심이 될것이며 반면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우리사회의 주류세력을 중심으로 40∼50대 이상의 중년층의 지지가 후자 지지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에서 유권자는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교수·한국정치

입력시간 2002/05/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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