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청원 상수허브랜드

먹거리 대부분이 입에 즐거운 것이라면 허브를 이용한 먹거리는 입은 물론 코까지 즐겁다. 매혹적인 향기가 먼저 입맛을 자극하면 쌉싸름 하고 상쾌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싱그러운 허브향을 마음껏 맡고 향기로운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충청도 청원의 허브랜드를 찾았다.

허브랜드는 허브를 키우는 농장이자, 허브 먹거리가 있는 레스토랑, 허브를 이용한 테마공원, 허브로 만든 다양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허브농장이 꽤나 흔해졌지만 허브랜드가 처음 생겨나던 10여년 전만 해도 허브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허다했다.

경부 고속도로 청원 나들목을 나서면 왼편 산아래 뾰족하게 솟은 허브랜드 지붕이 보인다.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기업이나 학교에서 찾아와 허브 특강을 듣기도 하고, 가족 나들이를 왔다가 허브 음식을 먹고 돌아가곤 한다. 5월 한달 동안 허브축제가 열린다.

허브랜드는 건물과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 들어서면 허브샵과 입장권 판매하는 곳이 있고 2층 세미나실에서는 단체를 위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3층부터 본격적인 허브 감상에 들어간다. 허브는 만지고, 비비고, 맛을 봐야지 그저 눈으로 봐서는 진가를 알 수 없다. 허브전시장은 오감으로 허브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설탕보다 몇 배나 더 달다는 스테비아 잎사귀를 하나 떼어 맛을 보거나 슈퍼 민트 잎사귀를 마구 비벼보면서 진한 향기에 취하다 보면 머리 속을 갑갑하게 메우고 있던 세상살이의 고민들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느낌이다. 온실 안에는 허브가 숲을 이뤘는데 구불구불하게 놓인 산책로를 걷다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허브랜드 정원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숨어있다. 투명한 유리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인공폭포, 공룡처럼 생긴 돌덩어리, 소나무 분재 등 볼거리가 많다. 정원 잔디밭에는 허브 카펫까지 깔려있다.

조그마한 허브를 촘촘하게 심어 놓아 마치 허브로 짠 카펫 위를 걷는 기분이다. 여기부터는 필히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걸어볼 것. 상쾌한 허브향이 발바닥부터 온몸을 감싸고 올라온다.

허브랜드의 구석구석까지 둘러본 다음 레스토랑 ‘허브의 성’으로 향한다. 연인들끼리의 데이트 코스라면 스테이크나 바비큐가 분위기 내기에는 만점. 가족이나 친구 끼리 라면 허브순이 비빔밥이 좋다. 허브의 어린순이나 꽃, 부드러운 이파리를 잔뜩 넣어 만든 비빔밥이다.

마지막 장식으로 붉은 꽃을 올려 시각까지 자극한다. 밥을 지을 때 허브를 조금 넣어 밥에서도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고추장 역시 허브를 넣어 만든 고추장. 일반 고추장처럼 매콤하면서도 뒷맛이 부드럽다.

허브밥 위에 갓 따온 싱싱한 허브순이를 넉넉하게 올리고 허브 고추장을 넣어 비비다 보면 허브향 때문에 입 안 가득 군침이 고인다. 허브 맛을 느끼려면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쌉싸름하면서도 허브 특유의 상쾌한 맛이 즐겁다.

아이들과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하루 종일 허브 오일에 재웠다가 참나무 숯불에 구운 허브 바비큐에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낭만적인 메뉴도 시도해 볼 만 하다. 식사를 끝낸 다음에는 향기로운 허브티로 입가심을 하는 것도 좋다.

허브랜드에서 떠나기 전 허브로 만든 다양한 소품들을 구입하는 것도 좋다. 여러 종류의 허브티는 가족이 다같이 즐기기 좋고, 허브향초를 부부 침실에 켜 두면 초 하나로 무드 있는 밤을 연출할 수 있다.

허브비누는 여성들에게 미용비누로 인기 있고, 허브향 주머니를 머리맡에 두면 숙면을 도와준다. 허브오일은 샐러드를 만들 때 제격이다.


■ 메뉴 : 허브순이 비빔밥 6,000원. 참나무 숯불 바비큐 스테이크 1만8,000원. 허브와인 한잔 5,000원. 허브티 4,000원. 허브순이 골뱅이 무침 1만8,000원. 043-275-1844∼5

■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청원 IC에서 빠져 나오면 바로 사거리가 나타나는데 좌회전해서 가다가 200m 지점에서 허브랜드 표지판이 보이면 우회전한다.

대중교통은 청주시에서 신탄진행 혹은 청주터미널에서 부강·신탄진행, 대전역 앞에서 청주와 신탄진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는 청원 IC앞에서 선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5/2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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