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부의 분배에 대한 사회적 시각

■ 맘몬의 지배 - 사회적 가치분배의 철학
김비환 지음
성균관대 출판부 펴냄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뭔가 공정하지 못한 일을 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특히 부의 분배에 있어서 그렇다. 왜 저 사람은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는가. 당신이 차지하는 파이가 왜 나보다 큰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능력이 뛰어나서? 부모를 잘 만나서? 일류 대학을 나와서? 그리고 그 기준은 누가 정했는가.

‘황금의 신 맘몬(Mammon)’의 위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을 하지만, 실제 사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 돈이 전부인 것이다. 그렇기에 맘몬은 우리들의 운명과 행ㆍ불행에 깊이 간여한다.

이 책은 이 같은 시대에 어떻게 부를 분배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가를 살피고 있다. 공정한 분배는 왜 필요한가. 한마디로 사회의 안정과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불공정한 사회ㆍ경제ㆍ정치적 상황은 특정한 이해관계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은폐되거나 편파적인 권력의 비호 아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부당하거나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대한 분노의 감정과 저항의 행위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억압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태나 상황의 부당성에 대한 다수의 잠재된 불만은 적절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표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의 안정성에는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는 공정한 분배가 필요하다는 점을 누구나 인정한다. 머리 속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이 공정한 분배인가, 즉 공정성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에 들어가면 각각의 견해가 다르다. 총론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각론에는 이견을 보이는 식이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서로 절충해 타협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입장의 불일치와 현실적 타협은 도덕적인 합의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입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미봉책으로 일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성원들 사이의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의사소통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고 지속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 구성원들 간의 합의 창출이 요구된다. 부의 분배에 있어 그 같은 합의 창출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려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에서 근대 이후에 초점을 맞춰 중요한 사회적 가치들이 어떻게 분배되어 왔는가를 검토하고, 분배적 정의에 관한 여러 이론들을 살핀 후 가장 바람직한 분배의 원리를 찾고자 하고 있다.

이 책은 빈곤과 부귀가 무엇인 가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돈ㆍ수입ㆍ기회의 평등 분배, 능력에 따른 분배, 공적에 따른 분배, 필요에 따른 분배, 복지 평등에 따른 분배, 가치관과 선호에 따른 분배 등 여러 분배 원리들을 살펴본다.

마이클 조던이나 타이거 우즈, 박찬호 등은 능력이 뛰어나 많은 돈을 번다. 그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기 때문에 ‘운’이다. 그런데 그 능력은 개인의 것인가, 아닌가. 지금까지 그냥 지나쳐버렸던 이런 ‘엉뚱한’ 질문이 이어진다.

또 남성과 여성, 사랑과 결혼, 정상과 비정상 등이 어떻게 부의 분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를 보여주고, 개인의 권리와 사회 전체의 이익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정의 사이의 관계로 끝을 맺는다. 둘 사이에는 별로 밀접한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의로운 세상에서 사는 것이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개인의 행복에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분배의 원리에 대한 탐구가 결국 정의로운 사회 만들기에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으로, 저자가 진실로 하고 싶은 말인 것이다.

이 책은 철학적인 주제를 쉽게 풀이한 것이 장점이다. 풍부한 예와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유익한 참고 문헌 등이 책의 구조를 굳건히 받치고 있다. 특히 각 장 서두에 있는 참고 도서의 관련 부분 인용은 그 장의 주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펴면 ‘정성들인 책입니다’라는 스탬프가 찍혀 있다. 책을 덮으면서 ‘정말 그렇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이상호 논설위원

입력시간 2002/05/2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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