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이승연, 눈물에 젖었던 값진 연기·인생경험

예쁜 배우 아닌 연기파로 거듭나고 싶어

“마음을 비우고 기다릴래요.”

이승연(33)이 잇단 불운에 눈물 짓고 있다. 최근 ‘재벌 2세 뺑소니 사건’에 이어 ‘이경영 파문’으로 마음 고생을 겪은 그는 아픔을 딛고, 5월 31일 개봉 예정인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2002’(제이웰 엔터테인먼트, 정소영 감독)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1998년 ‘토요일 오후 2시’ 이후 모처럼의 스크린 나들이지만 그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초조한 표정으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영화가 잘 되면 좋겠지만 큰 욕심부리지는 않겠어요.”


안정 찾다 ‘이경영사건’으로 또 충격

이승연은 요즈음 하는 일마다 꼬이는 아픔을 겪고 있다. 98년 운전면허 불법 취득 사건부터 구설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스타 커플로 애정을 과시하던 김민종과 결별해 이별의 상처를 안게 됐다.

그러던 그가 얼마 전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장영자씨 아들 K씨의 뺑소니 사고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극한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 비록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연예계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영화 속 연인이었던 이경영의 돌발 사건이 터졌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상대 주연배우의 구속이라는 악재를 맞은 것이다.

어렵사리 마음을 다잡고 성실하게 영화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더욱 허탈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며 대중의 야릇한 시선을 견뎌내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다. 하지만 담담한 태도로 “걱정해주고 잘 되길 빌어주는 이들이 많아 잘 넘기고 있다”고 말한다.

70년대 대히트했던 문희 신영균 주연의 ‘미워도 다시 한번’을 리메이크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2002’에서 그는 증권회사 간부인 유부남(이경영 분)을 만나 열렬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남자 몰래 혼자 아이를 출산한 뒤 자신이 시한부 인생임을 알고 아이를 아버지에게 돌려보내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현실의 아픔을 반영한 것일까. ‘미워도 다시 한번 2002’을 촬영하는 동안 그는 원없이 실컷 울었다. “밥 먹고 나서 울고, 운전하면서 울고… 꼬박 4일 동안 내내 울기도 했어요. 하도 울었더니 나중에는 정신이 아득해지더라구요.” 일생에 단 한 번 있을 법한 애절한 사랑을 연기하면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지만 “현실을 잊고 배역에 푹 빠져 지낼 수 있어 배우로선 값진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나수정은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가치관이 뚜렷한 여자에요. 일 열심히 하고 아이 똑부러지게 키우는 빈 틈 없이 완벽한 여자이죠. 그러면서도 남자에겐 무척 희생적이에요. 특히 맘에 드는 것은 그 희생이란 게 같이 살면서 늘 남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인생을 개척하면서 끝까지 한 남자만을 사랑한다는 것이에요. 그런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낼 수 있는 여인의 마음이 너무 예쁜 것 같아요.”


강하면서도 순수한 여인의 내면연기

강인하면서도 순수한 내면을 가진 여인의 아름다움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한 남자만을 죽을 때까지 헌신적으로 사랑한다는 게 요즘 같은 세상에 어울릴까마는 그는 “가슴에 쏙 와닿는 역할”이라며 늘 그런 사랑을 꿈꿔왔다고 말했다.

그가 이 작품에서 맡은 사진기자 역할은 TV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자아가 강한 커리어우먼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 만들어진 고정 이미지를 일시에 바꾸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좀 더 깊이를 쌓아나가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미혼모 연기에 도전, 한층 성숙하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3년 만의 영화 출연이라는 부담 때문일까. 이승연은 전에 없이 노골적인 베드신을 연기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가 이경영을 면도해주다가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갑작스러운 사랑을 나누는 베드신, 의자 위에서 방바닥과 침대 위로 이어지며 다양한 포즈의 정사 장면을 보여준다.

평소 화끈한 성격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처음 연기하는 베드신이라 무척 긴장했다. 그것도 오랜 연인이었던 김민종과의 결별 직후에 그의 의형제인 이경영을 상대로 연기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프로답게 열연했다. 상반신 가슴 부위를 드러낸 대담한 장면도 황홀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아쉽게도 실제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게 됐다. 영화가 12세 관람가 판정을 받아 정사신을 대폭 삭제했기 때문이다.


10여년간 주연급, 대표작 없어 아쉬워

이승연은 92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 미(美)의 영예를 안으면서 연예가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시절 여승무원 1,500여 명중 ‘미소 퀸’으로 뽑힐 만큼 환한 미소가 그의 돋보이는 매력이다.

데뷔하자마자 MBC ‘우리들의 천국’에서 미남탤런트 장동건의 짝사랑을 받는 미대생으로 나와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올해로 데뷔 11년. 줄곧 정상을 달려온 톱스타답게 그의 작품 리스트는 화려하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 ‘첫사랑’ ‘호텔’ ‘웨딩드레스’ ‘신데렐라’ ‘동양극장’ ‘내 사랑 누굴까’ 등의 주요 TV 작품과 영화 ‘피아노맨’ ‘체인지’ ‘토요일 오후 2시’ 같은 영화를 갖고 있다.

98년 불법 운전면허 사건으로 1년 남짓한 자숙기간을 가진 것을 제외하곤 지난 10여년 간 쉼없이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다. 방송가에선 손꼽히는 주연급 연기자 가운데 한 명. 하지만 그는 정작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한다.

영화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그는 “수영복 입고 대중 앞에 서 있는 기분”이란다. 민망하고, 떨려서 밤 잠을 설치기도 한다. ‘연기력’에 대한 질타는 무엇보다 가슴 아픈 부분. “지금은 연기를 알아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확 달라질 거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세요. 열심히 하다 보면 잘 하게 될 날이 오겠죠.” 시련 속에서 한층 성숙해진 이승연. 이제 그는 ‘얼굴 예쁘고 옷 잘 입는 배우’보다 초췌한 모습이라도 가슴에서 우러나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다.

배현정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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