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클리닉] 올바른 지방제거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한 다이어트 전문 치료 회사의 대형 광고 전단이 붙어있다. 거기에는 1달 내에 10kg 감량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그 회사에서 책임지고 살을 빼주겠으며 실패하면 전액 환불하겠다는 광고문구가 적혀있다.

비만한 사람이라면 누가 들어도 솔깃한 이야기이다. 1, 2kg 빼기가 정말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자신 있게 엄청난 속도로 많은 양의 살을 빼 주겠다는데 그 누가 이 말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문구는 비만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과장된 선전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왜 그런지 설명해 보자.

필자는 앞서 소개한 글을 통해 비만은 몸 안에 들어오는 칼로리와 나가는 칼로리의 불균형으로 인해 생긴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섭취한 칼로리 중 쓰고 남은 칼로리가 몸 안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축적된 칼로리는 지방, 글리코겐(체내 탄수화물의 저장형태), 단백질의 형태로 저장이 되게 된다. 본래 단백질과 글리코겐은 1g 당 4 kcal, 지방은 1g 당 9kcal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글리코겐은 물과 결합한 형태로 있어야 하므로 1g당 1kcal정도 밖에 가지지 못한다. 단백질과 글리코겐은 대부분 근육에 있으며 일부가 간에 존재한다.

지방의 경우에는 물과 결합을 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체내에서 1g당 8.5 kcal 정도의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만약 70kg의 성인이 지방으로 축적하고 있는 에너지를 전부 글리코겐 형태로 바꾸어 저장한다면 대략 이 사람의 몸무게가 169kg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살을 빼려고 칼로리를 제한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설명으로 같은 칼로리 제한에 근육으로 빠질 경우와 지방으로 빠질 경우에 엄청난 속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몸 안에서 지방을 빼내는 것은 단백질과 글리코겐을 제거하는 것 보다 수배는 더 어렵다는 것이다.

1달에 10kg을 순수히 지방으로 빼려면 들어오는 칼로리와 나가는 칼로리의 차이가 85,000 kcal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일반인이 하루 2,000 kcal 정도의 식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1달에 합쳐서 60,000 kcal를 섭취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살 빼려고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경우에도 25,000kcal가 몸에서 더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열심히 운동하여 소모되는 에너지를 보탠다 하더라도 비만한 사람의 운동량은 한 달에 9,000 (하루에 300kcal로 계산) 정도이니 역시 부족한 수치이다. 물론 기초대사량이라는 추가적으로 나가는 열량이 있으니 1달 동안 전혀 안 먹고 운동하더라도 85,000kcal의 에너지의 불균형은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는 오히려 건강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실적으로 실행가능 한 방법도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 1 달 동안 10 kg 감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는 대부분의 체중감량이 지방보다는 근육이나 수분 쪽으로 이루어 졌다는 이야기이다. 근육이나 수분의 제거는 비만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살을 뺏다가 살이 더 찌게 되는 요요현상을 일으키는 지름길일 뿐이다.

살을 빼려면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시 정도를 걸으면서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요즘 시중에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이러한 치료를 받아보면 초기 체중감량효과가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경우에는 지방의 제거는 거의 이루어 지지 않고 근육이나 수분의 제거로 일시적인 감량 효과 밖에 볼 수 없다. 비만의 치료 과정에서 당연히 이런 치료는 경계해야 하며 지방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오상우 일산백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입력시간 2002/05/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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