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대권을 결정한다] 40대 엘리트 모임 미경연

"변혁을 이끄는 리더십의 덕목은 신사도·전문성·사회봉사"

“변혁을 이끄는 리더십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재계 및 금융ㆍ법조계 인사와 고급 공무원, 연구소 연구원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는 40대 전문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미래를 경영하는 연구모임(미경연)’. 그들이 5월 월례모임이 열리는 25일까지 미경연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야 하는 사이버 ‘숙제’의 제목이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5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벌금을 낸다는 것 보다는 서로간의 치열한 엘리트 의식이 열등생으로 낙인 찍히는 스스로를 용납하지 않는다.

미경연은 각계 40대 전문가들이 각자의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지식 공유 모임’이다. 뭔가를 이곳에서 얻어가려면 뭔가를 내놓아야 하는 철저한 ‘기브 앤드 테이크’의 원칙이 지켜지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회원은 120명. 홍석준(48) 삼성SDI 부사장과 최재원(40) SK텔레콤 부사장, 이주영(43) ㈜태광 사장, 임재원(45) ㈜임광토건 대표이사 등 오너급 CEO는 물론 벤처 기업가를 포함해 40대 기업인이 가장 많다.

또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원 등의 고급 공무원을 비롯해 칼라일, 살로먼스미스바니, 맥킨지 등 세계적 금융기관의 대표급 간부와 법조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 언론인, IMF나 OECD, ADB 등에 파견돼 있는 해외 회원까지 두루 포진해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설립에서부터 지난 14년간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희정(43ㆍ두레커뮤니케이션 사장ㆍ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경연 회장은 “회원 중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당선사례가 우리조직에서의 탈퇴를 의미한다”며 “단순히 사교나 인맥 구축을 위해 이곳에 찾아 온다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미경연 회원이었던 오세훈 변호사는 국회의원 당선과 동시에 반 강제적으로 잘리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하는 월례모임에서 회원들이 가장 긴장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점검이다. 모임 모두에서 각자가 돌아가며 시작하는 ‘1분 스피치’가 바로 그것이다.

회원들 각자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나 한달간 체험했던 일 들을 1분 내에 명확하고 간결하게 발표한다. 1시간20분 정도 이뤄지는 ‘1분 스피치’는 지난 한 달간 우리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주요이슈에 대한 배경과 의미 등 시대적 트렌드의 정수를 관통한다.

모임은 초청연사의 발표에 이어 치열한 Q&A로 절정에 이른다. 초청연사에는 여야의 대선 후보인 노무현ㆍ이회창씨는 물론 최근에는 김수환 추기경까지 초청, 40대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인생을 사는 법’을 놓고 깊이 있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 40대 ‘파워엘리트’ 들이 생각하는 ‘변혁을 이끄는 리더십’의 조건은 과연 무엇인가. 박 회장은 ‘신사도’와 ‘전문성’, ‘사회에 대한 봉사’ 등 미경연이 추구하는 3가지 덕목을 꼽았다.

최정규 맥킨지 한국지사 공동대표는 ‘도덕성’을 우선으로 들었다. 또 ‘성실성’을 꼽는 회원도 있다. 탁상공론의 허무함이 아닌 전문인으로서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한 이슈 중심의 손에 잡히는 결론을 얻기 위한 이 모임에는 보수ㆍ진보의 색깔론이나 지역연고주의, 음모론 등은 발붙일 틈이 없어 보인다.

정치적 색채의 틀 짓기를 거부하는 박 회장은 “지금은 경제위기 이후 조각 조각으로 나뉘어진 사회를 전체적으로 추 스릴 수 있는 변혁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2/05/24 14:19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