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최진실, "나이요? 잊고 산지 오래됐어요"

능청스런 연변 사투리로 2년 공백 뛰어넘은 '깜찍' 아줌마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니 떨리고 설레네요.”

탤런트 최진실(34)이 돌아왔다. 결혼과 출산으로 가졌던 2년이 넘는 휴식기를 깨고 다시 시청자들 앞에 선 그는 “신인처럼 들뜬 기분이다”고 말한다.

그가 복귀 무대로 선택한 곳은 4월 말 첫 방송된 MBC 주말연속극 ‘그대를 알고부터’(극본 정성주, 연출 박종). 그 동안 TV 드라마를 통해 귀엽고 상큼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조선족 ‘캔디’ 같은 연변 처녀 이옥화다. 그는 연습을 거듭하며 낯설기만 했던 연변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조선족 처녀 역할에 조금씩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연변 사투리가 너무 어려워 가슴앓이를 했어요. 태어나서 한 번도 직접 들어보지 못한 사투리로 대사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 드라마에서 빠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평상시 말할 때도 연변 사투리가 막 섞여서 나와요.”


사투리로 고생, 남편이 용기줘 극복

사실 14년이란 만만찮은 연기 경력을 가진 그에게도 조선족의 연변 사투리는 넘어야 할 너무 ‘큰 산’이었다. 개그콘서트의 연변 총각 강성범의 말투를 따라 하고 친한 동료 연예인 정선희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힘겨워 하는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이는 남편 조성민(29)씨. “연변 사투리가 어색해 혹평을 받을 때면 우리 신랑이 같이 마음 아파해주고 용기를 붇돋워줬어요. 우리 신랑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이옥화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 했을 거에요.”

드라마 방영 두 달 째 접어든 현재 그의 조선족 사투리는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최진실이 맡은 드라마의 화자(話者) 역할인 이옥화는 중국 연변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의 무역 회사를 다니는 재원이다. 중국에서 취재를 하러 온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인 조기원(류시원 분)을 우연히 곤경에서 구해준 뒤 서울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엮어간다.

“옥화는 당차고 똑똑한 처녀에요. 보통 조선족 하면 떠올리는 학대 받는 어리숙한 이미지와는 다르죠. 어려운 처지에서도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할 줄 안다는 점이 특히 맘에 들어요.” 배역에는 연기자 본연의 모습이 묻어난다고 했던가.

최진실은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게 밝힐 줄 알고 한 번 결론이 난 일에 대해선 뒤끝 없는 화끈한 성격”이 옥화와 그의 실제 ‘공통점’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옥화는 지나칠 정도로 ‘똑똑’해 “대사가 너무 어렵다”고 푸념도 한다.


선후배들과 호흡 척척 “마음 가벼워요”

그래도 최진실은 참 복이 많은 배우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운이 좋아 매번 좋은 작품을 만난 연기자”라고 한다. 이번 작품도 김혜자 주현 양희경 같은 굵직굵직한 중견 배우들과 이서진 박진희 등 신인 스타들이 고루 출연, 호흡을 맞춰 끌어가기 때문에 “오랜만에 복귀하는 마음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특히 연기자들이 존경하는 배우로 첫 손에 꼽는 대선배 김혜자와의 관계는 각별하다. 1998년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99년 영화 ‘마요네즈’, 주말연속극 ‘장미와 콩나물’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함께 출연한다.

“김혜자 선생님과 처음부터 ‘우리는 남다르다’ 이런 건 아니였어요. 그저 신인때 나중에 누구처럼 되고 싶으냐 하는 질문을 받으면 다른 많은 연기자들처럼 김 선생님을 본받고 싶다고 말하곤 했었거든요. 근데 대선배이신 김 선생님이 저를 유독 찍어서 ‘난 너 참 이쁘다’ 하시는 거예요. 각종 쇼나 시상식 같은 행사에서도 매번 저를 찾아 주셨구요. 특별하게 생각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죠. 또 선생님과 대사를 주고 받다 보면 저도 모르게 연기를 배울 수 있어 더욱 좋은 거 같아요.”

최진실은 요즘 행운이 겹쳤다.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남편 조성민이 ‘부상의 늪’을 벗어나 첫 승을 거두는 경사를 맞았다. 당시 ‘그대를 알고부터’ 촬영 현장에 있던 그는 소식을 듣고 한없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축하 전화를 건 그에게 남편은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 자기하고 아들 환희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해 그의 가슴을 더욱 메이게 했다. 그는 어느새 남편이 잘하면 본인의 일이 잘 된 것보다 더 기쁘다는 영락없는 ‘아줌마’로 변모해 있었다.


사랑스런 아내, 훌륭한 엄마로 살아

최진실은 톱스타 이전에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훌륭한 어머니 역할에 삶의 무게를 둔다. 며칠 내 짬을 내서 남편의 첫 승을 축하할 겸 8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일본에 다녀올 생각이다. “결혼 전에 12~13년을 쉬지 않고 일했어요.

항상 바쁘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런 시간에도 여자로서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꿈을 꿨어요. 지금 비록 결혼 전보다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펴지는 못하지만 또 다른 행복이 있어 만족해요. 왜 빨리 결혼을 안 했나 싶어요.”

최진실은 1988년 MBC 조선왕조 500년 ‘한중록’편에서 단역배우로 연기 생활을 시작, 90년대 초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CF광고로 ‘최진실 신드롬’을 일으키며 ‘만인의 연인’이 됐다.

이후 최수종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질투’는 정상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다지게 해준 작품. 이어 그녀가 나온 드라마들은 매번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누라 죽이기’ ‘편지’ 등 영화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대 그리고 나’ ‘장미와 콩나물’ 등에서는 깜찍한 ‘요정’의 분위기에서 한 발 나아간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지만 그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질투’ ‘별은 내 가슴에’ 같은 밝고 경쾌한 트랜디 드라마를 꼽는다.


귀여운 캐릭터 앞으로도 이어갈 것

“동화 같은 스토리가 정말 좋아요. 사람들에게 웃음과 꿈을 줄 수 있으니까요. 어떤 이들은 결혼도 했는데 왜 그런 ‘깜찍’ 연기를 고집하냐고 비난하지만 전 나이 들었다고 반드시 중후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박원숙 선생님이나 할리우드의 맥 라이언, 우피 골드를 보세요.

배현정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31 15:15


배현정 주간한국부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