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인간 내면의 고독과 갈망

20세기를 열면서 미국 미술은 더 이상 유럽의 뒤를 좇지않고 그들의 독자적인 무대를 펼치기 시작했다. 미국 미술사의 흐름 속에 간간히 보이던 유럽미술에의 동경은 사라지고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유럽 인상주의 영향을 받아 ‘빛’을 사랑한 화가지만 그만의 독특한 의식의 세계를 캔버스에 표현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를 지냈던 호퍼는 당시 어렵고 우울했던 사회와 사람들의 내면을 심도 있게 표현했다.

인적이 없는 텅 빈 거리, 홀로 밤을 지키며 서있는 상점, 우두커니 창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 이는 성급하게 달려온 현대문명의 도시 속에서 외롭고 소외된 모습들이었다.

‘햇빛 속의 여인’은 그러한 그의 작품세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덩그러니 침대만 놓인 방에서 막 깨어난 듯 보이는 한 여인이 아침 햇살이 비추는 창을 향해 서있다. 옷을 입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걸까?

한 손에는 담배를 든 채 잔잔하지만 뭔가 깊은 상념에 빠진 듯 밖을 응시하고 있다. 어둡고 허전해 보이는 방안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햇살은 긴 그림자를 뒤로하고 마치 어두운 현실 속에서 밝은 미래를 기다리는 희망과 같이 느껴진다.

호퍼는 한 공간 안에 공존하면서 서로 관계함이 주워지지 않는 익명성 또는 무관계의 상태를 주된 테마로 하여 감상하는 사람이 묘한 사색에 잠기게 한다.

‘햇빛 속의 여인’에서와 같이 황폐하고 고독한 도시와 소외된 인간의 외로움이 따뜻한 햇살을 받고 녹아내려 자신의 존재와 진지한 미래를 응시하게 하는 것이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5/3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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