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방선거를 잡아라] 민노당 이문옥 후보 인터뷰

부패한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한다

“시대가 저를 불렀습니다.” 6ㆍ13 지방선거의 최대 접전지인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노동당 이문옥(63) 후보는 주간한국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후보는 “후보로서 당연한 말 같지만 진짜 당선을 목표로 출마했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 서울 시민들이 반부패 운동에 전념해온 이문옥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최근 서울 선거에서 부패정당 민주당이 연전연패하고 그 반사 이익을 한나라당이 가져갔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부정부패를 일소하려는 시민들의 표가 반부패 운동의 대명사인 이문옥에게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신고재산 4억8,800만원은 공직자 출신으로는 다소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감사원 재직시절 조합 아파트를 신청했던 게 올라 그런 것일 뿐 양심에 거리끼거나 약점이 될 일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반 부패운동의 상징


-군소정당 후보로 이번 선거 격전지인 서울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양심 선언 파동 후 문학 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저를 그대로 놔두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아들이 2대에 걸쳐 구속되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구속 됐습니다.

부패한 이 세상을 그냥 모른 채하고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동안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고, 양심 선언 이후에는 부패방지법 만들기에 노력해 온 사람입니다. 감사원에 있으면서 공직 사회의 부패와 맞서 싸워 왔습니다.

이제 서울시장으로 직접 나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깨끗한 사회 만들기를 몸소 실천해야겠다는 사명감에서 나서게 됐습니다.”


-여야 후보들이 막강한데 당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높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부패한 현 사회를 심판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저는 꾸준히 반부패 운동을 해온 사람입니다.

저 만큼 반부패 운동을 잘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은평구, 동대문을, 구로을 등 그간 있었던 서울지역 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외면했습니다. 그 반사 이익은 야당인 한나라당에게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부패와 관련된 사람입니다. 노태우 전두환 시절 감옥에 갔다 온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 반사 이익이 한나라당이 아닌, 반부패 운동의 기수인 이문옥에게 올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희석돼 가고 있고,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가 실시 되는 등 안팎의 상황이 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거리두고 시정 자주성 세울것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백중세 대결을 보이는 데 이들을 평가한다면.

“서울시는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 이명박 후보의 장점인 경영 능력이 그대로 적용될지 미지수입니다.

또한 김민석 후보는 나이가 어려 아직 인생 경륜이 적습니다. 국회의원 6년 한 것 가지고 행정의 중심지인 서울시장을 하기에는 충분치 않습니다. 제가 당선될 경우 청와대나 당의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오히려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것이 시정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당이 다르다고 전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서울시를 이끄는 서울시장을 무시하면 대통령도 일 못합니다. (서울시장의) 무게는 엄청나게 큽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조직이 중요한데 선거 조직은 준비돼 있습니까.

“선거 조직으로 치면 우리(민노당) 같이 잘 갖춰진 후보도 없을 것입니다. 다른 후보들은 돈을 줘야 조직원이 움직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당원들이 1만원의 당비를 자진 납부 하면서 뛰어 줍니다.

또 17만 명을 가진 민주노총을 비롯해 경실련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와 각 재야단체 등 우호 세력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있습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라는 점이 다른 후보의 조직원들과 다른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자금 법정 사용한도가 29억여 원인데 선거 자금은 확보했습니까.

“선거를 앞두고는 당원들이 특별 당비 5만원씩을 추가 갹출할 것입니다. 민주노총도 2,000원씩 지원할 예정입니다. 전체적으로 약 6억원 정도로 선거를 치를 계획입니다. 저를 돕는 사람들은 유급 직원이 거의 없어 이 정도로도 다른 후보의 29억원에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문옥 바람이 불면 기금도 늘어날 것입니다.”


TV토론 제외는 국민 배신 행위


-공중파 방송국에 TV토론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군소 정당 후보에게 TV 토론회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입니다. 그런데 지금 공영 방송들이 불합리한 내규를 만들어 군소 후보들의 출연을 막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입니다.

방송사들은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 후보나 여론조사 5% 이상 지지를 받는 후보에게만 출연 기회를 줍니다. 한마디로 띄워줘야 지지를 받는 것 아닙니까? 저의 출마 사실조차 보도 하지 않은 언론사도 있습니다. 국내 공영 방송들이 이래도 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이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입니다.”


-선거가 폭로 전으로 가고 있는데 드러날 만한 개인적 약점은 없습니까?

“공직 생활을 할 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에 절대로 돈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실천했습니다. 좋은 일 해줬다고 점심 한번 얻어 먹은 일 없습니다. 그래서 남들한테 맹하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심지어 일가 친척한테도 좋은 평을 못 받았습니다.”


-신고 재산이 4억8,800만원이나 되는데 재산 형성 과정을 소개한다면.

“감사원에 재직 중 강남 개포동에 27평형 조합 아파트를 분양 받은 게 큰 돈이 됐다. 2,000만원 정도 주고 산 것이 1988년 처분할 때 2억원 정도가 됐습니다. 그것을 처분한 자금에 융자를 받아 수서구 일원동에 다가구 주택을 지었습니다.

이 다가구 주택은 지하1층 지상 2층으로 30평형인데 공시지가로 약 3억원 정도 합니다. 이밖에 양심선언하고 2,000~3,000만원의 성금이 들어왔고, 복직해서 밀린 돈 1억5,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시골 선양에 있는 산과 논을 판돈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어려운 상대


-개인적으로 누가 상대하기 어려운가.

“지난해부터 민주당은 서울에서 단 한번도 선거에서 된 적이 없어 김 후보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기득권층 고정표가 있는 이명박 후보가 어려운 상대입니다. 하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요.”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31 19:59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