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발톱' 삼키다 목에 걸렸다

타이거풀스 정치권 전방위 로비 확인, 송재빈 리스트에 수사 초점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송재빈 대표의 정ㆍ관계에 대한 전방위 로비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2부(차동민 부장검사)는 송재빈(33ㆍ구속)씨가 주식 20여만주 가량을 회사 임원 등 명의로 보유하면서 정관계 로비용으로 쓴 정황을 포착, 수사중이다.

송씨는 지난해 4월 포스코에 TPI 주식 20만주를 70억원에 매각하고 최규선씨 등에게 건넨 29억원을 제외한 41억원과 유상증자 대금 등 횡령한 16억여 원 등 57억여 원을 로비자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씨 및 TPI 주식 5,000주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 98명 전원을 상대로 차명주식 보유 현황을 집중 조사하는 과정에서 송씨가 로비용으로 차명 관리해온 주식 상당량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5월 26일 복표사업자 선정 사례금 등 명목으로 송씨로부터 1,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문화관광부 이홍석(54) 차관보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송씨의 정ㆍ관계 금품 로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차관보는 TPI가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인 2001년 3월 “향후 복표 사업에서 편의를 봐달라”며 S부동산신탁 전 상무 조운선(구속)씨를 통해 1,000만원을, 같은 해 8월 K골프장에서 송씨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으면서 송씨가 조씨를 통해 판돈 명목으로 건넨 700만원을 각각 받은 혐의다.

이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 구속된 인사는 최규선씨와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 부시장, 송재빈씨, 이 차관보 등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아직 이 차관보가 사업자 신청 및 심사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지만 송씨로부터 받은 1,700만원을 사업자 선정에 대한 사례금으로 인정한 점은 주목된다.

이 차관보가 송씨 돈을 받은 시점은 모두 2001년 2월 타이거풀스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지만 실제로는 사업자 선정 이전에 심사과정 등에서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건넸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다른 문화부 관계자나 체육진흥공단 임원들도 여기에 연루됐는지를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송씨 부탁을 받고 이 차관보에게 금품을 전달한 조씨가 홍업씨 및 홍업씨 측근들과 친분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씨가 송씨의 또 다른 로비창구로 활동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전ㆍ현직의원 21명에 돈 뿌려

검찰은 또 송씨가 복표 사업자 관련법안 제정당시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이던 민주당 이협 의원의 여직원 계좌에 재작년 3월 2,000만원을 입금시킨 사실을 밝혀내고 이 의원의 당시 보좌관 이재성씨를 소환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송씨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이전인 1998년부터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2001년 2월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송씨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고 시인한 정치인들이 많지만 이들만 먼저 불러 조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혀 이들에 대한 일괄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TPI의 후원금 내역서에는 99년 5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전ㆍ현직 의원 21명에게 정치 후원금 명목으로 1인당 10만∼900만원씩 총 1억1,000여만 원을 뿌린 것으로 돼 있다.

이 문건에는 길승흠 전 의원이 3차례 9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3차례 700만원,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 500만원, 김한길 전 의원이 500만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이협, 장영달 의원이 각 350만원, 신기남, 김원길 의원과 박세직 전 의원이 각 300만원, 정균환 의원 250만원, 김부겸 의원 200만원, 정동영 의원이 150만원을 받았다고 돼 있다. 김홍일, 최재승 의원과 박성범,이경재,최희준, 조세형 전 의원이 각 100만원, 남경필 의원과 조찬형 전 의원이 각 50만원, 서정화 의원도 10만원을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TPI는 한나라당에 지난해 7월 5,000만원을, 민주당 부산지부에 500만원을 각각 기부한 것으로 기록됐다. 내역서에 언급된 일부 정치인의 경우 본인이 고백한 후원금 액수가 공개된 액수보다 많은 경우도 있어 실제로 송씨가 체육 복표 입법이 추진되던 99년 이전부터 정치권에 살포한 후원금은 상당한 액수가 될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최근 TPI가 외부에서 투자금으로 조달했던 400억원의 자금흐름을 추적한 결과 송씨가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건넸던 시기에 뭉칫돈이 수시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로비자금으로 정치권에 유입됐는지 여부를 확인중이다.

또 국회 문광위에 소속됐던 일부 전ㆍ현직 의원 보좌관과 전직 문화부 간부 등이 거액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받고 TPI에 대거 영입된 점에 주목, 영입 경위를 조사중이다. 검찰은 정치인들이 후원금 명목으로 송씨로부터 금품을 받고도 영수증 발급 등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을 경우 대가성 여부를 판단, 뇌물죄 적용을 검토중이다.



한국 전자복권 로비 의혹도 증폭

TPI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쟁업체였던 한국전자복권의 로비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전자복권측의 막강한 로비에 맞서기 위한 자구차원에서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접근했다”는 TPI 관계자들의 진술이 잇따라 확보됨에 따라 핵심단서가 확보될 경우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 전반에 대해 전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TPI가 전자복권측과 치열한 로비경쟁을 벌이게 된 시기는 2000년 중반께로, 그 이전까지만 해도 체육복표 사업자는 복표사업 개념을 국내에 첫 도입한 TPI로 낙찰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2000년 8월께부터 “한국전자복권이 여권 실세들을 등에 업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전자복권이 유력업체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업계의 합종연횡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자 TPI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실제로 전자복권측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BS 스포츠TV, 체육복권판매를 비롯, 포스데이타, 국민은행, 쌍용정보통신 등을 컨소시엄에 참여 시키면서 독주가 예상됐던 TPI를 긴장시켰다.

전자복권 사장 김현성씨가 연청 출신으로 이수동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 등 여권 실력자들과 두터운 교분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었다.

송씨가 검찰에서 “전자복권이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다는 소식에 위기감을 느끼고 홍걸씨에게 접근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은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특히 전자복권측이 2001년 1월 TPI의 문제점을 담은 투서를 이수동씨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해 TPI가 ‘전자복권의 문제점’이란 문건으로 반격하는 등 양측의 로비전은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31 20:32


장학만 주간한국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