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中] 대전·충남-한나라·자민련 부동표 놓고 불꽃접전

충남 심지사 득표율 신기록에 더 관심

6ㆍ13 지방선거는 당의 생존을 위해 지역 연고권을 사수하려는 자민련과 연말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으로 충청권에 세를 확장하려는 한나라당이 광역과 기초단체장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여기에 최근 자민련 함석재 의원의 탈당을 둘러싼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양당간 감정대립이 지역민들의 표심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지역적 연고를 갖고 있는 이인제 의원의 중도하차 이후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변수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선전을 기대했던 민주당 지지세력은 당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토로하며 일부는 ‘반민주당 활동’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 이들의 표심이 자민련과 한나라당 어느쪽으로 쏠리느냐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나라ㆍ자민련 부동표 놓고 불꽃접전

대전시장 선거는 3선 도전을 노리는 자민련 홍선기 시장과 한나라당의 염홍철 후보가 1995년 민선1기 선거에 이어 7년만에 리턴매치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대전 부시장 출신의 정하용 배재대 교수가 양자의 틈새를 파고들며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고 무소속으로 김헌태 전 대전MBC기자가 출마를 선언했다.

현재 홍 시장과 염 후보는 서로 우세를 주장하며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지역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도 지지율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으로 나타나 팽팽한 대결을 보여주고 있다.

5월 14일 KBS조사에서 지지도는 염 후보가 24.8%로 홍 시장의 19.8%를 5.4%포인트 앞섰지만 당선가능성에서는 홍 시장이 30.1%로 염 후보의 22.7%보다 7.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양 진영은 여론조사를 근거로 서로 우세를 주장하지만 부동표가 30~40%에 달하고 있어 부동층 흡수를 위한 다양한 전략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선 1기 선거에서 패한 뒤 설욕전에 나선 염 후보는 홍시장의 장기재임을 염두에 두고 ‘이번엔 바꿔보자’라는 단순한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시의 과도한 부채와 구도심권 공동화 문제 등 홍 시장 재임시의 약점을 파고들며 자신이 이들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시장에 당선되면 관사를 주민편의시설로 사용하는 등 서민위주의 정책을 펼치겠다며 밑바닥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이와 함께 그는 이회창 대선후보의 충청지역 연고성을 최대한 활용, ‘이회창 대망론’과 ‘염홍철 대세론’으로 지역민들의 정서를 파고든다는 계산이다.

3선 도전에 나선 홍 시장은 본의 아니게 자민련 ‘생존의 보루’로 인식되며 큰 부담감을 갖게 됐지만 그동안 펼쳐온 행정능력을 평가받겠다는 각오다. 그는 대전발전을 이끌어온 견인차로서 이륙단계에 접어든 대전경제를 더욱 활성화하는데 마지막 정열을 쏟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첨단산업과 지식정보, 물류유통 등 3대 중심산업을 육성하고 2005년까지 3,000여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홍 시장측은 같은 당 소속으로 그동안 행정호흡을 맞춰왔던 5개 현역 구청장이 이번에 모두 출마해 선거운동 보조를 맞추게 된 것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하용 후보는 민주당 시지부가 자민련과 선거 공조를 하지 않고 독자 후보를 내기로 함에 따라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행정부시장으로서의 경험과 젊음을 내세우며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한편 15~20%에 달하는 민주당 고정표와 젊은층 공략, TV토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심 지사 득표율 신기록에 더 관심

충남지사 선거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자민련 심대평 지사와 한나라당 박태권 전 지사가 양자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싱거운 게임’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3선에 도전하는 심 지사는 당선보다는 98년 기록한 84.6%의 득표율 여부가 관심이다. 재임기간동안 도내 구석구석을 훑으며 현장 행정을 펼쳐 인지도와 조직면에서 누구보다 탄탄한 것으로 인정 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 4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선거캠프를 차리고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최근 공사석 발언을 통해 포스트 JP의 야망을 굳이 숨기지 않는 심지사는 선거구호를 ‘충청이 한국을 변화시킨다’라고 내걸어 지방을 넘어선 보다 큰 정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본인의 당선보다는 한나라당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는 자민련의 생존과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초단체장직의 방어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주위의 설명이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박태권 후보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며 심 지사의 장기재임에 대한 주민들의 식상함을 파고들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과 문화체육부 차관, 충남지사, 기업체 근무 등 입법 행정 경영분야의 고른 경험을 내세우며 ‘CEO지사론’을 내세우고 있다 조직싸움으로는 역부족이라며 미디어 정치를 선언하고 ‘여성정무부지사 등용’ 등 참신한 공약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박 후보 진영에서는 특히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연고지인 예산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의 세가 확산되고 있는 천안 아산 보령 서산 당진 등 ‘장항선 벨트’를 묶으면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대전 서구청, 충남 천안 등 대격돌 예고

시ㆍ도지사와 마찬가지로 기초단체장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곳곳에서 격돌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과 무소속은 지역별로 간간히 양당간 틈새를 파고들며 선전을 펼치고 있다.

대전에서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맞서 자민련이 지역 사수를 위해 현역 구청장 5명을 모두 재공천 했다. 민주당도 후보를 냈지만 이인제 의원의 대선경선 하차 이후 주민들의 지지열기가 식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태다.

현재 관심지역은 대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구청장 선거다. 2000년 10월 보궐선거에서 한차례 겨루었던 자민련 가기산 구청장과 한나라당 김영진 후보가 재대결을 벌이고 있고 무소속으로 이강철 시의원이 가세했다. 노련한 행정가와 공무원출신의 386세대가 당의 자존심을 걸고 맞붙어 결과가 주목된다.

중구도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자민련 김성기 현구청장과 한나라당 김동근, 민주당 김종길, 무소속 인창원 후보가 격돌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한나라당 강창희 최고위원의 지역구로 자민련이 당의 자존심을 걸고 수성에 나설 태세여서 두 정당의 ‘상징적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지역에서도 연말 대선을 겨냥한 한나라당의 세확장 공세가 자민련 지지세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천안 아산 예산 등 ‘장항선 벨트’를 중심으로 이회창 대선후보의 연고권을 강조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최고의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 수부(首府) 도시인 천안시다. 이근영 현시장이 3선도전을 포기한 후 후임 주자로 나선 자민련 박상돈 전충남도 기획정보실장에 맞서 한나라당은 지구당위원장인 성무용전의원을 ‘하향공천’해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곳이 지역구인 함석재 의원의 갑작스런 탈당으로 지역민들의 표심이 누구에게로 쏠릴지 관심이다. 민주당 김세응 전 지구당 부위원장과 미래연합 유병학 전 천안군수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자민련 현역 시장ㆍ군수들이 3선 도전을 포기한 서산, 아산, 예산, 태안지역에 대한 한나라당의 맹공에 자민련이 어떤 전략을 방어할 것인지도 이번 선거의 관심거리다.

대전=허택회 사회부 차장

입력시간 2002/05/3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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