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술과 한의학 ④ 위스키

우리가 보통 술집에 갔을 때, 많이 접하게 되는 양주 대부분이 위스키에 속한다. 위스키는 증류주인데, 증류주라는 것은 발효된 술로 술밥을 다시 증류하여 만들어 낸 술을 말한다. 증류주는 알코올 함량이 높으며, 술 중에서도 비교적 늦게 등장했다.

위스키는 12세기 경 켈트족이 생명의 물이라고 여긴 우스퀴보(Usquebaugh)를 아일랜드에 전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헨리 2세가 잉글랜드를 정복하면서 스코틀랜드에도 알려졌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합병되면서 대영제국이 생긴 후 위스키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 증류업자들이 산 속에 숨어서 몰래 제조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맥아를 건조시키기 위한 방법에 의해 향취가 생겼고, 증류한 술을 은폐하려고 셰리(Sherry)주의 빈 통에 담아 산 속에 숨겨 놓았다. 이로 인해 투명하던 술이 호박색으로 변하고 짙은 향기가 나는 술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위스키는 발아된 곡류와 물을 원료로 발효시킨 술밥을 증류해서 참나무통에 넣어 저장한 후 탄생되는데, 단 발아된 곡류는 2%를 넘지 않아야 한다. 위스키는 원료와 제조방법, 풍토 등에 의해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된다.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는 맥아를 원료로 하고,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위스키와 캐나다의 위스키는 호밀을 원료로 하며, 미국 켄터키 지방에서 만드는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다. 우리 나라에서 많이 애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위스키는 발아시킨 맥아로 만든 몰트에 발아시키지 않은 보리, 밀, 옥수수 등을 첨가해 당화시켜 만든 혼합위스키에 속한다.

증류주 중 위스키는 보리와 맥아, 밀, 옥수수 등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효능도 또한 가지게 된다. 보리는 기를 더해주고 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각기병을 예방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가 커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은 곡식이다.

보리의 싹을 틔운 맥아는 그 맛이 달고 독이 없어 복부의 팽만감을 제거해주며 우리가 흔히 만들어 먹는 음료인 감주를 만드는 데 쓰여 왔다. 밀은 열을 내려주고, 목구멍이 마르는 증상을 치료하며, 소변을 잘 내보내고 기력을 증진시키고 소화를 돕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옥수수는 식욕과 소화를 촉진하고 폐에 이로우며, 기 순환을 조절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소변을 잘 배출되게 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옥수수의 수염은 이뇨작용이 있으며, 간과 담의 기능을 도우므로 근래 부종, 각기, 황달, 고혈압, 신장질환 등에 사용하고, 씨눈에 있는 양질의 기름과 비타민 E는 피부의 건조와 노화를 막으며 습진에 대해 저항력을 높여준다.

물론 이 곡류 자체와 이들로 만든 술은 다르므로 위스키가 이러한 약효를 그대로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스키는 다른 술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특성을 가지는 술인 것만은 확실하다.

증류주는 다른 과실주나 맥주 등의 술 보다 여러 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보다 정제된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체에서 음식을 섭취하여 에너지로 만드는 대사 과정은 술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인체에서 음식을 먹으면, 입으로 씹고, 비장에서 갈아주고, 위장에서 발효시키며, 소장을 거치면서 증류하여, 대장을 거치면서 찌꺼기를 내보내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진액을 생성하게 되는데, 보다 맑고 정제된 고급에너지는 두뇌, 이목구비, 내부 장기 등을 만드는 곳으로 보내지고, 탁하고 질박한 물질들은 근육, 살, 뼈 등을 만드는 곳으로 보내진다.

따라서 증류주를 인체가 섭취했을 때, 이런 맑고 정제된 에너지가 가는 길로 갈 것이며, 보다 위쪽으로 움직여서 혈분(血分)보다는 기분(氣分)에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체의 소화과정을 이미 밖에서 거쳐서 들어 왔으므로 소화 흡수시키기가 더 용이할 것이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증류주는 고급 술이기도 하면서 인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맑고 가벼운 성질이 있으므로 두뇌로 가기 쉽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술과 관련된 뇌 손상은 영양섭취의 부족으로 초래된다고 생각해 왔었지만, 최근 술을 먹고 난 후 바로 뇌의 수축이 동반된다는 보고가 나왔다.

또한 지속적인 과음 뿐 아니라 불과 수일간의 과음에 의해서도 뇌의 손상이 나타났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이제 술 한잔을 마시더라도 이것저것 잘 생각해 보고 적절하게 마시는 것이 건강을 위해 필요할 듯하다. 멋진 음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맡겨진 과제라고 생각된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06/06 19:4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