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월드컵…장외 마케팅 전쟁

세계 초일류기업 CEO대거 방한, 자사 이미지 제고에 총력전

월드컵 기간에 세계 초일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40여명을 비롯해 각국 경제계 인사 4,000여명이 한국을 찾는 등 경제 월드컵도 개막됐다.

이들은 월드컵을 관전하는 와중에서도 한국 정부와 기업들 및 경제단체 등이 마련한 각종 행사에 참석한다. 월드컵은 60억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지구촌 최대 행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특히 라이벌 기업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사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아시아 겨냥한 다국적기업 글로벌 전략

한국외국기업협회는 5월 29일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주한 외국기업 대표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2 서울투자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한국의 투자환경을 홍보하고 개선할 사항을 수렴하기 위한 것으로 이한동 국무총리의 환영사, 헬무트 판케 BMW 회장 축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의 기조강연, 서울시의 투자홍보 설명회, 토론회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또 한국리서치가 최근 국내 진출 외국기업 임직원 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 설문조사’ 결과 발표도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향후 1∼2년 내에 추가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답하는 등 1998년 조사보다 좋은 반응을 보였으나 노동유연성, 세제 등 서울의 투자환경은 싱가포르 등 경쟁 도시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자원부도 5월 30일 코엑스에서 해외 유명 기업의 경영진과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등 40명의 초청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의 사회로 ‘월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2002’행사를 진행했다.

주요 참석자는 슐트 놀르 알리안츠 회장, 판케 BMW 회장, 마쓰시타 마쓰시타 부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 이마무라 태평양 시멘트 회장, 홀린 델파이 부회장, 아얄라 마이크로 소프트 부회장, 바우어 네슬레 부회장 등이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경제계 거물이 한꺼번에 모이는 것 자체가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향후 다국적기업 지역본부 유치 및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 전략 수립시이번 행사에서 토의되는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동통신 업계 등 불꽃 광고전

기업들의 월드컵 경기장 밖에서 벌이는 마케팅 전쟁의 열기도 뜨겁다. .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이동통신 업계다. 국내시장 점유율 2위인 KTF는 월드컵을 계기로 판도를 뒤집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KTF는 1위 업체인 SK텔레콤에 앞서 월드컵 공식후원업체가 됐다.

월드컵이 젊음의 축제로 이동통신의 주고객층인 10~30대를 집중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시장에서 선두 업체인 SK 텔레콤을 이번 기회에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도 KTF에 광고전으로 맞서고 있다. SK는 영화배우 한석규와 붉은 악마 응원단을 등장시킨 광고로 월드컵 붐을 일으키고 잇다. 특히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전을 내용으로 한 광고가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업체간 싸움의 향배를 판단하기는 아직 힘들다”며 “이번 광고전에서 시장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 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아디다스와 경쟁사인 나이키다. 세계 스포츠 상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할 때마다 치열한 영역확장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축구연맹(FIFA) 규정상 월드컵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21개뿐이다. 전세계의 15개 공식 파트너와 국내의 6개 지역 파트너가 전부다. 이들은 막대한 공식 파트너 선정비용을 지출하고 대신 엠블럼을 광고 등에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권한을 받았다.

공식파트너 이외의 업체들은 ‘월드컵’이란 단어 자체를 아예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당장 막대한 피해보상 소송에 휩싸일 수 있다. 때문에 공식 파트너 이외의 업체들은 이른바 ‘매복(Ambush) 마케팅’을 하고 있다. 나이키는 비록 공식 파트너는 아니지만 이에 못지 않은 전략으로 맞선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결승전에 오른 브라질 대표팀에 4,000만달러 상당의 후원계약을 하고, 파리 라데팡스 지역에 ‘나이키 파크’를 만들어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다. 나이키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똑같은 전략으로 한국팀을 비롯한 8개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에 미니 축구와 디지털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나이키 파크’를 5월 26일 개장했다.


공식 파트너 업체는 틈새공략

공식 파트너인 질레트와 경쟁업체인 쉬크의 한판 승부도 볼만 하다. 질레트는 ‘질레트가 밀어준다! FIFA 월드컵’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반면 쉬크는 틈새공략을 벌이고 있다. 쉬크는 월드컵 관련 업무로 분주한 경찰서, 소방서, 구청 등지를 돌며 면도와 스포츠 마사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적 조명회사인 ㈜필립스전자는 월드컵 개최를 기념하는 청사초롱 2천개를 제작,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광화문, 코엑스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에 설치했다.

필립스는 이와함께 월드컵 경기도중 만일의 사태에 대비, 선수들과 관람객들을위한 심장소생기(AED)를 경기장 10곳에 제공하고 코엑스 인터내셔널 미디어 센터(IMC)에 조명기구 15개를 설치키로 했다.

"한국은 유망한 디지털 제품 시장"
   
인터뷰 / JVC 테라다 마사히코 사장

“뛰어난 감성을 갖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는 디지털 AV 가전의 명가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세계적인 디지털 가전사인 JVC의 최고 경영자 테라다 마사히코 사장(58)은 5월 31일 가진 방한 인터뷰에서 “JVC 코리아가 한국 현지법인 1년 7개월만에 대표적인 가전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며 “유망한 한국 시장에 최첨단 디지털 제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테라다 사장은 “삼성 LG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회사로 부품 교류나 상품 구매 조달 등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삼성 SDS로부터는 브라운관을 조달 받고, LG에게는 VCR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라다 사장은 그러나 “아직 한국기업과는 공동 기술 개발 수준까지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테라다 사장은 “한국 JVC가 소니 같은 경쟁 브랜드와 대등한 인지도를 갖게 된 것에 대해 대단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산 제품 중에 경쟁력이 있는 가전과 겹치지 않는 제품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홍보ㆍ광고 전을 벌인 것이 주효 했다”고 분석했다.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 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테라다 사장은 “올해 JVC 코리아는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2년 내에 두 배 가량 성장시킬 생각”이라며 “소니 등 일본 제품들이 한국내 신제품 소개가 늦어지고 AS망이 약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 JVC는 이런 점을 완벽히 해소했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6/07 14:28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