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下] 광주·전남 - '바꿔 열풍'에 민주 흔들, 이변 가능성 높아

광주시장 경선 파문으로 민주 박광태 주춤, 무소속 정동년·정호선 약진

민주당 텃밭인 광주ㆍ전남권은 최근 이 지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바꿔 열풍’에 민주당 후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간판을 달고도 낙선하는 ‘이변’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민주당 소속인 현역 고재유 광주시장과 허경만 전남지사가 이미 당내 경선에서 떨어지는 등 이 지역 광역단체장 모두 물갈이 됐으며, 최근 한 지방방송이 광주지역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34%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단체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남 22개 시ㆍ군 가운데 민주당 소속 21명의 현직 단체장 중 10명만이 겨우 경선관문을 통과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 경선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찮아 경선탈락 후보들이 경선의 불공정을 주장하며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가 하면 무소속 후보들간 연대까지 추진, 무소속 돌풍도 점쳐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반현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여전히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민주 경선파문 악재, 한나라ㆍ무소속 약진

광주시장 선거는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민주당 경선에서 현직 고 시장을 누른 상승 분위기로 시장 당선이 가장 유력하던 이정일 전 서구청장이 경선을 둘러싼 금품살포 파문으로 낙마하면서 선거판이 대혼전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은 후보 등록 첫날 불공정 경선과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들어 이 전 서구청장에 대한 공천을 전격 취소하고, 박광태(광주 북갑)의원을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터진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비리가 선거기간 내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호남에서의 탈DJ정서를 감안할 때 민주당 후보가 예전처럼 강세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광주에서는 “차라리 시장후보를 무공천으로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이처럼 민주당이 이 전 서구청장의 금품살포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무소속 후보들은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에 큰 기대를 걸고 민주당의 벽을 뚫으려 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정동년 전 남구청장과 정호선 전 의원, 정구선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대표 등 3명. 여기에 한나라당 이환의 후보와 민주노동당 박종현 광산지구당 위원장까지 뛰어들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박태영ㆍ송재구ㆍ송하성 3파전

전남지사선거는 허경만 현 지사를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뽑힌 박태영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무소속인 송재구 전 전남부지사, 송하성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 간의 3파전으로압축되고 있다.

황수연 한나라당 강진ㆍ완도지구당 위원장과 안수원 광주ㆍ전남 포럼의장이 각각 한나라당과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아무래도 열세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지금까지의 판세는 박 전 장관의 우세 속에 송 전 부지사와 송 전 심판관리관이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박 전 장관측은 특히 최근 경선과정에서 지지를 보냈던 김영진 의원측과 공조체제를 형성해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 전 장관이 다른 후보들보다 지지도면에서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 전 장관도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지역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유인물로 배포하면서 CBS 광주방송의 명의를 도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던 점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유권자의 절반정도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인 상황에서 상대 후보들이 유권자 저변에 깔린 ‘바꿔’ 심리를 집중공략하고 나서는 등 강한 승부욕을 보이고 있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경선후유증으로 민주 속앓이, 무소속 연대

광주ㆍ전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경선 후유증으로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의 탈당사태가 속출하고 무소속 후보들간 연대 움직임까지 가시화하면서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남 담양군수 선거가 대표적인 경우다. 민주당 담양군수 후보경선에서 이정희 변호사에게 고배를 마신 최형식 전 전남도의원이 5월23일 경선 불공정을 주장하며 당원 및 당직자 261명과 함께 민주당을 무더기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이 변호사를 압박하고 있다.

강진군수 후보경선에서 1위를 하고도 공천을 받지 못한 윤동환씨를 비롯해 경선에서 패배한 김재균 광주 북구청장과 박승만 진도군수 역시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칼날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경선 불공정 시비는 무소속 합종연횡을 재촉, 민주당 대 무소속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실제 광주에서는 광산구를 제외한 4개 구청 무소속 후보들이 연대를 선언했으며, 순천시장 선거에도 무소속 출마한 조보훈 전 전남도 부지사가 주승용 여수시장과 김옥현 광양시장 등과 함께 전남 동부권 무소속 연합을 준비 중이다.

광주=안경호 기자

입력시간 2002/06/07 18:02


광주=안경호 k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