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넘은 사이버 선거 테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원색적 욕설·비방 난무

‘알바 소녀를 겁탈한 파렴치범’, ‘무능하고 부패한 기회주의자’, ‘친일파 앞잡이의 후예’, ‘첩을 다섯이나 거느린 바람둥이 후보’…

6ㆍ13 지방선거가 혼탁ㆍ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사이버 선거 테러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선거 홍보는 과도한 선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선거에 무관심한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을 선거로 끌어들이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중앙선관위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6ㆍ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정보를 공개한 결과 28,29일 양일간에만 114만명이 방문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이들 네티즌은 1,200만 페이지를 조회하고 9,300만건의 접속 횟수를 기록, 선관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루 평균 방문자 57만명은 2000년 4ㆍ13 총선의 평균(32만명)보다 8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흑색선전 폭주, 발신자 추적도 불가능

그러나 선거전이 건전한 정책과 인물 대결이 아닌 상호 비방전으로 치달으면서 불법 사이버 선거 피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이명박과 김민석 후보 홈페이지의 자유 게시판에는 하루 300여건의 글이 올라오는데 이중 절반 가량이 원색적인 욕설과 비방이다.

시ㆍ군ㆍ구청의 홈페이지도 현역 단체장을 비난하는 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군청 홈페이지에는 ‘군수가 읍내 M다방의 여종업원과 혼외 자녀를 낳았다’는 흑색 선전이 올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 정치전문 사이트 게시판에는 수도권 광역단체장의 후보로 나선 모인사의 이름이 올려져 있는데 이용자가 이를 클릭하면 포르노 사이트로 자동 연결된다.

또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문자 메시지를 휴대 전화로 대량 유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기 안양시장 후보로 나선 한 후보자는 최근 자신을 비난하는 문자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대량 전송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발신자 추적에 나섰으나 용의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사이버 선거 테러는 워낙 방대하게 이뤄져 오프라인과 달리 적발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부 네티즌의 경우 외국 서버를 우회적으로 이용해 발신자 추적을 따돌리는 등 수법도 더욱 지능화 되고 있다.

서울지역 후보자의 한 선거 관계자는 “사이버 선거 홍보를 위해 후보자 홈페이지를 개설했는데 근거 없는 흑색 비방 글이 폭주해 전담 요원을 배치해 불순한 의도가 있는 글을 삭제하고 있다”며 “아직 인터넷을 통한 선거 홍보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올해 들어서만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불법 선거운동 사범을 3,000여건이나 적발해 내용을 삭제했다. 그러나 단속에 걸린 것만 집산한 것으로, 실제로 불법 선거 행위는 이보다 10배는 될 것으로 선관위는 추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중 대부분을 선도 조치하고, 98건에 대해서만 주의나 경고ㆍ고발 조치를 취했다.


네티즌들의 성숙한 의식정착 시급

이처럼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불법 선거가 만연하자 중앙선관위는 1,000여명의 단속 인원을 투입해 사이버 테러 근절에 나섰다. 중앙선관위는 올해초 중앙에 5명의 사이버 전담반을 구성한 데 이어 시도 선관위에 69명, 구ㆍ시ㆍ군 선관위에 670명의 사이버 단속반을 운영중이다.

또한 일반인 네티즌을 대상으로 사이버 동아리 250여명을 모집, 이들이 신고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중앙선관위 한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불법 선거가 이번 선거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단속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일어나 역부족인 상태”라고 말했다.

21세기의 선거는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선거 홍보 전으로 갈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다. 이번 6ㆍ13 지방선거는 본격적인 사이버 선거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사이버 선거가 정착시키기 위해 선관위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네티즌의 성숙한 선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송영웅 기자

입력시간 2002/06/07 19:08


송영웅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