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안정환은 '조커' 였다

미국전 동점골로 차세대 '킬러' 확인

6월 10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국전에서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뽑은 안정환(페루자)은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감각적인 슈팅이 특기인 대표팀의 해결사이다.

긴 머리를 날리며 탁월한 볼 키핑력으로 그라운드를 휘젓다가 큰 제스처와 함께 강슛을 날린 후 골을 넣고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안정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1990년대 후반 한국 축구에 대대적인 오빠 부대가 형성된 것도 안정환의 영향이었다.

그러나 안정환은 ‘멋진 ’플레이에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슛 타이밍을 놓치는 등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히딩크 감독도 한 때 안정환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거친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수비 가담능력이 떨어졌으나 대표팀에서 조차 주전을 꿰차지 못한 데서 나타난 위기감은 안정환을 확 바꿔놓았다.

초등학교 때(서울 대림초) 선배의 권유로 축구에 입문했다는 안정환은 남서울중-서울기공-아주대를 거치면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1993년에는 고교대표로 뽑혔고 94년에는 19세 이하 청소년대표, 97년에는 동아시아대회 및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를 지냈고 그 해 월드컵대표팀 상비군에도 포함됐다.

프로축구에 뛰어 든 98년 ‘베스트11’에 선정된 데 이어 이듬해에는 프로축구선수로서 최고 영예인 MVP가 됐다. 2000년 7월에는 부산 아이콘스에서 이탈리아 페루자로 임대돼 빅 리그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을 마침내 이뤘다.

안정환이 국가대표 데뷔전을 가진 것은 97년 4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ㆍ중정기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을 때였다. 이번 미국전을 포함, 지금까지 치른 A매치는 모두 23회.

첫 출전이 5년 전이었다는 점과 큰 부상이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렇게 많은 출장은 아니다. 99년 6월 코리아컵대회 멕시코전에서는 A매치 데뷔 골을 터트렸고 2000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어 A매치 통산 5골을 기록중이다.

대구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2002/06/14 15:43


대구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