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결혼한 방송인 임성민

틀을 깬 순간 그녀는 진정한 프로

아나운서 임성민(31)은 ‘일과 결혼한 여자’로 통한다. 방송프로 진행자, 드라마 여주인공, 뮤지컬 배우, 마케팅 홍보회사 이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다 보니 결혼은 뒷전으로 미뤄졌다. 굳이 독신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에 방해가 된다면 ‘결혼’이란 절차를 밟지 않을 생각이다. “부모님께 죄송하죠. 그렇지만 한 번 뿐인 삶이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온전히 저의 노력을 쏟아 붓고 싶어요.”

임성민은 1994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톡톡’ 튀는 진행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방송인이다. 지난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본업인 MC에서 전방위 엔터테이너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현장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다는 생각에서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 졸업)에서 공부도 하고 있다.

“바쁘게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요즈음 석사 논문을 쓰느라 활동을 많이 줄였더니 몸이 오히려 아파요. 일을 하는 순간,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는 쉴 때 ‘뭐 하냐’는 질문을 받곤 난감해 한다.

방송계에 뛰어든 이후 ‘휴식’이란 단어를 잊고 살아온 까닭이다. 남보다 앞서 가기 위해서 2, 3배 노력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공부’와 ‘방송인’으로 ‘정상’에 오르는 것은 30대가 지나기 전에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오늘의 삶이 중요, 미래 걱정 안해

늘 밝고 씩씩해 보이는 그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까운 집 근처 교회를 찾는다. ‘종교’는 그에게 정신적 안식처가 돼 준다. 남자 친구를 사귀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보수적인 관념’에서 자유로운 이성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는 ‘성별’을 떠나 ‘존재와 존재의 만남’을 원한다.

“40, 50대에 들어서도 혼자인 삶이 두렵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의 답이 명쾌하다. “오늘을 사는 거잖아요. 왜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해야 하나요? 그런 삶이 두려워 20,30대에 결혼한다면 중년이 되기 전에 이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는 3남 1녀 중 장녀다. 현재 부모와 세 명의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자신만의 공간에서 독립적인 삶을 꿈꿔왔지만 부모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사회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독립하면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편견이 싫다.

늘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집안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 여자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집안 일을 많이 하지 않는 여자는 ‘이기적’이고, 집안 일을 많이 하는 남자는 ‘가정적’이라는 식의 평가는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집안 일은 그야말로 그 ‘가정의 일’일 뿐.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그는 무척 튀는 아이였다. 그의 말대로 타고 난 ‘무대 체질’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합창단, 고적대, 응원단 등 다양한 서클 활동으로 남들 앞에 서길 좋아했다.

‘끼’가 많았던 이유로 그는 원래 탤런트를 꿈꿨다. 주변의 권유로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그 꿈을 버리지 않다가 최근 들어 연기자로서의 변신에도 성공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유명 방송인이 된 지금도 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나 유명과학자인 아인슈타인처럼 많은 세월이 흘러도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훌륭한 방송인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신인의 자세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왔다면, 앞으로는 제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을 할 생각입니다.”

일반적인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그에게서 묵직한 뚝심이 느껴졌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06/14 18:46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