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아마추어 축구 동호회, 사하라

아무도 못말리는 축구 마니아들

요즘 나라 안팎은 월드컵에 대한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국민 모두가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그 중 아마추어 축구 동호회 '사하라'는 더욱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들 삶의 전부인 축구 이야기로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고 TV에선 매일 축구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단 4년째를 맞는 축구동호회 '사하라'의 회원들은 모두가 알짜배기 축구 마니아들이다. 지금부터 그들만의 축구사랑법을 들어보기로 하자.


축구 선진문화를 이끌어 간다!

사하라는 1999년 창단 당시 서울 송파구를 중심으로 한 지역 축구단에 지나지 않는 작은 규모의 동호회였다. 하지만 좀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홈페이지 개설과 온라인 모집 등의 많은 노력으로 현재는 15명의 순수 아마추어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하라의 감독을 맡고 있는 노윤섭씨는 동호회에 대해 “기존 아마추어 축구회들의 무례하고 군대적인 운영형태에 반발해 진정한 축구 마니아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사하라가 창단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사하라는 각종 경기에 출전하는 회원들의 배정을 민주적이고 평등한 방법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실력이 아닌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회원들의 활동을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자유롭게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회원들에게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게 함으로써 건전하고 편안한 동호회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동호회 이름인 ‘사하라’는 아프리카 북부에 끝없이 펼쳐진 사하라 사막을 뜻하는 것이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이 아닌 모래먼지가 풀풀 날리는 맨땅에서 축구를 해야만 하는 국내 아마추어 축구단의 열악한 상황과 메마르고 건조한 사하라 사막의 이미지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하라라는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했을 때 보기에도 예쁘고 신비한 느낌을 갖게 해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박진감 등을 결부시켜 동호회 이름을 재해석하고 있다.

사하라의 단장인 이태양(34.주식컨설턴트)씨의 헤어스타일은 누구보다 특이하다. 언뜻 보기에도 연예인 같은 분홍빛 머리색은 그의 직업에 대해 주위 사람들을 혼동시키기에 딱 알맞다. 기존 축구동호회들의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탈피하려고 염색을 했다는 이씨는 매주 모 경제 신문사의 주식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을 정도로 잘 나가는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가 우뚝 서는 그 날까지

사하라 회원들은 그야말로 못 말리는 축구 마니아들이다. 2년 전 사하라가 주최하는 C-리그라고 하는 아마추어 축구경기가 열리던 날엔 전날밤 내린 폭설로 경기를 개최할 수 없게 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것도 없이 삽으로 눈을 퍼내기 시작했으며 급기야는 중장비까지 동원해 경기장에 가득 쌓였던 눈을 다 퍼내고 리그를 개최했다고 한다. 그때 회원들이 눈을 제거한 곳이 한강 시민공원의 운동장 6개에 달한다고 하니 사하라의 축구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하라는 FILA배, E-사커리그, 천리안대회, NEFA리그의 외부 경기에 참가하고 있으며 위에서 말한 C-리그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아직 우승 경험은 없지만 매 대회 때마다 평균 8강에는 진출하고 있다.

사하라의 회원들은 한국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선수들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아니라 아마추어 축구단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탄탄하게 운영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아야 제대로 된 축구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축구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아마추어 선수단이 마음을 놓고 축구를 즐길 수 있을 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또한 그들 나름대로 다양한 경기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의 아마추어 축구 선진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늘도 사하라의 회원들은 월드컵 경기를 함께 지켜보기 위해 가까운 맥주 집으로 향한다. 나이도 다르고 사는 지역도 다르지만 그들이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언제나 한결같기 때문이다.

모두가 어깨동무를 하고 소리 높여 응원가를 열창하는 사하라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폴란드를 격파하고 월드컵 16강 진입을 노리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비상이 보이는 듯하다.

강윤화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6/16 17:4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