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IT월드컵

2002년 FIFA 월드컵 휘슬이 울렸다. 이번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16강을 노리는 우리나라는 어느 때 보다도 사기가 충천해 있다. 개막식에 이어 6월 4일 열린 폴란드 전의 승리는 주최국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한 쾌거라는 찬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세계 60억 인구의 이목이 모아질 이번 월드컵은 ‘정보기술 강국 코리아’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주요 정보통신업체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번 월드컵을 겨냥해 월드컵 조직위에 버금가는 준비를 해 왔다. 이번 월드컵을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 디지털 가전 등 우리나라의 첨단 정보통신(IT)제품과 기술을 알리는 ‘IT월드컵’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T월드컵의 팡파르는 개막식의 퍼포먼스에서 울려 퍼졌다. 개막식 행사 가운데 하나인 ‘화합과 상생의 멀티 IT퍼포먼스’ 에서 3세대 이동통신인 비동기식 IMT-2000의 실연 광경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이클 선수 복장의 퍼포머가 관람석을 돌아다니며 IMT-2000 단말기에 부착된 카메라로 마치 캠코더처럼 관중의 모습을 찍자 초대형 전광판에 관중의 모습이 떠올랐다.

또 경기장 내 4곳으로 모델들이 공중낙하하면서 손에 든 단말기로 촬영한 행사장 광경도 역시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매우 간단한 공연이지만 IMT-2000 단말기로 고해상도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며 이를 곧바로 전광판에 무선 전송하는 기술을 시연한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개막식 행사 중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에밀레종에 대형 초박막 액정디스플레이(TFT-LCD) 화면을 통해 비천상과 백남준의 비디오 영상이 비추어지는 것도 첨단 IT 제품이기에 가능했다. 여기에는 무선랜 방식의 인터넷 기술이, 사람과 TFT-LCD 화면을 결합시킨 퍼포먼스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우리나라의 앞선 IT 기술은 월드컵 기간 내에 더욱 진가가 발휘된다.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는 서울을 비롯한 8개 도시 10개 지역에 설치된 월드컵 플라자에서 실제보다 더 생생한 화면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이 중에서도 3차원 입체로 상영되는 고선명(HD) TV와 데이터 방송 등 첨단 방송 기술은 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완전히 빼앗아 버릴 전망이다.

300인치 대형 화면과 고화질의 생생한 입체 영상을 통해 첨단 기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TV를 보면서 골을 넣은 선수의 인적 사항이나 경기 통계 등을 보여주는 데이터방송도 구현된다.

월드컵을 취재하게 될 세계 각국 언론인도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프레스센터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운동장 안팎에 최첨단 무선 랜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노트북이나 PDA 하나로 어디에서든 전 세계에 기사를 송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이동통신업계는 ‘입국에서 출국까지 이동통신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걸고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공항에서부터 국제 로밍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임대폰을 준비해 놓고 있으며, 비행기내 호텔 경기장 주변에서 세계 최초의 동기식 IMT-2000인 cdma 2000 1x EV-DO 서비스 체험 행사를 펼치는 등 월드컵 열기를 특수로 이어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월드컵 기간에 ‘멀티미디어 기술 로드맵 워크숍’과 ‘IT21 국제 콘퍼런스’ 등 모두 71개의 다채로운 정보 문화 행사를 열어 ‘IT강국’의 면모를 지구촌에 알리게 된다.
월드컵은 이미 단순한 축구 행사가 아니다.

스포츠 경기를 넘어 국가와 기업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월드컵과 함께 정보기술 분야의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IT월드컵도 함께 개막해 경기장의 열기를 더욱 달구고 있다.

강병준 전자신문 정보가전부 기자

입력시간 2002/06/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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