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DVD] 욕하면서 닮는 조직의 아이러니

광고맨 빅터포겔

얼마 전 유명 그룹으로부터 신입사원에게 보여줄 영화 소개를 부탁받았다. 당연히 애사심, 충성심, 개인보다는 단체 우선정신을 강조한 영화를 원했는데, 사실 그런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 관련 영화들은 비정하고 거대한 조직 사호의 부속품으로 버려지는 개인, 출세 지향의 상사를 비난하던 신입 사원이 상관 이상으로 부패하게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즉 회사나 조직을 휘한 헌신이나 희생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우선이며, 이를 추구하려면 거대한 조직에 맞서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이상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장선우 감독의 <성공 시대>, 조지 후앙의 <벼랑 끝에 걸린 사나이> 등이 대표적인 영화라 하겠따.

조직과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심기가 불편할 이 같은 시각의 영화는 경찰, 형사, 심지어는 군대 영화에까지 퍼져있다. 유일한 예외가 스포츠 영화다. 개인 종목보다는 미식 축구, 야구, 농구와 같은 단체 종목에 한해서만 개인이 아닌 단체를우선하는 훈련과 책임이 강조된다.

라스 크라우메 감독의 2001년 작 <광고맨 빅터포겔 Viktor Vogel : Commercial Man>(15세, 콜럼비아) 역시 위 범주의 회사 배경 영화다. 좀처럼 보기 힘든 독일 영화고, 영화인들이 즐겨 택할 것같은데도 이상하게 배경으로 쓰이는 예가 적은 광고 회사를 주무대로 하고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대도시 빌딩을 부감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캐주얼한 차림의 장발 청년이 허둥대며 유명 광고 회사 브레인스콤 빌딩으로 들어선다. 다짜고짜 자동차 회사 오펠의 신제품 프리젠테이션이 진행 중인 사무실로 들어선 그는 베테랑 카피라이터 카민스키(괴츠 게오르그)의 시안이진부하다고 일침한다.

브레인스톰이 사활을 걸고있는 계획안을 망친 이는 입사 지망생 빅텨 포겔(알렉산더 쉬어러). 그러나 오펠사는 자신만만한 여사장 슐렌 베르크(마리아 슈라이더)는 포겔의 엉뚱함이 마음에 들어, 그가 총괄한다면 광고를 맡기겠다고 제안한다.

이상한 방법으로 입사하게된 포겔은 행위 예술가인 로자(슐판 카마토바)와 사랑에 빠지는 행운까지 얻게 된다. 로자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슈퍼마켓에서 원시적 유물인 활을 쏘는 행위를 전시 주제로 삼겠다고 한다. 얼결에 이 아이디어를 흘린 포겔. 카민스키와 슐렌베르크는 이 아이디어를 반기고, 코겔은 로자에 대한 사랑과 성공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쯤 만으로도 이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코믹 터치 영화인 만큼 튀는 청년의 용기가 사랑과 일을 성공으로 이끌리라는 것을. 그 과정을 채우는 것이 미너스 에잇이 담당한 젊은 음악과 포겔의 아이디어가 만화로 구현되는 장면. 카민스키가 과거에 찍었던 다큐 필름과 로자를 찍은 현재 사진 등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주제가 빤히 보이고, 독일 영화답게 딱딱하다 우리에겐 낯선 감독의 작품이지만, 배우들은 눈에 익다. 게오르그는 <슈통크>로 유명한 독일 중견 배우. 슈라이더는 <파니 핑크> <사일런트 나이트> <지라프>로 국내에 알려진 독일을 대표하는여배우. 중앙 아시아 출신인 카마토바는 <투발로> <루나파파>의 눈이 아름다운 그 여배우다.

비디오와 DVD로 동시 출시되었고, DVD에는 배우와 감독 소개, 삭제 장면,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6/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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