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이 문화의 향취로 가득

성당 문화관이 실내악 전문공연장 '꼬스트 홀'로 새 단장

시위장의 대명사였던 명동성당에 클래식의 선율이 되살아 온다. 사적 258호인 가톨릭 서울 대교구 명동성당내 교좌 성당(주임신부 백남용)의 문화관이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의 공사를 끝내고 마무리 작업까지 완료, 청중을 부른다.

총공사비 50억원을 들인 대대적 개ㆍ보수 공사를 마치고 실내악 전문 공연장 ‘꼬스트 홀’로 탈바꿈했다. 준공한 지 62년이나 되는 문화관과 성물 판매소가 들어선 옆 건물을 합치면서 보수ㆍ증축, 연주홀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공사의 핵심인 음향 시설 설계ㆍ보수는 클래식 전문 기획사인 세실예술기획이 담당했다. 건물 이름은 성당을 설계, 건축한 프랑스 외방전교회 선교사 코스트 신부(1842~1896)로부터 따 왔다.


500석 규모, 챔버오케스트라 공연 가능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객석 수는 500석. 강북의 실내악 공연장 중 호암아트홀(640석) 보다 작지만 금호 아트홀(315석) 보다 크다. 40명 내외의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도 가능하다. 홀은 직사각형구조로 길이는 25.6m, 폭은 16.9m이다. 높이 8m의 천장은 약간 둥글게 처리한 삼각 지붕 모양으로 음향 반사판 역할도 한다.

천정에 돔형의 음향 반사판을 설치, 잔향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좌석 마다 사이드 테이블을 갖춰 간단한 음료를 마심 수 있게 하는 등 여타 공연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시설을 갖췄다. 미사장이나 강연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좌우 벽면에 전자동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그러나 공연과 평상 모임 때는 강화유리로 된 창문을 통해 외관을 내다볼 수 있다.

건물 오른편의 2층 소성당(144석)이나 3층 다목적 홀(100석)도 소규모 실내악 공연장으로 안성맞춤이다. 다목적홀 ‘명래방’은 150㎡ 규모의 정사각형 구조의 가변형 무대로 카톨릭합창단의 연습실이다. 이밖에 실내악은 물론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소성당은 세미나실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명동성당 본당에서 음악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부터 상설 무료 공연 ‘월요 한낮 음악회’로 인근 직장인들의 쉼터로 사랑 받아 왔고 최근엔 이탈리아 챔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 김대진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연주회 등도 열렸다. 또 지난 2~4월 사순절 기간에는 매일 저녁 음악회로 호평을 얻어 왔다.

그러나 성당이라는 특수성에다 긴 잔향 시간(2~3초)으로 종교 음악이나 바로크 음악의 연주장에 더 합당하다며 음악계는 아쉬움을 표해 왔었다. 대관 음악회는 자선 음악회 형식으로만 허용, 종교 음악에 무게를 둬 왔다.


문화의 거리 명동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

본당(1200석)에다 꼬스트홀, 소성당, 명례방까지 보태면 명동 성당은 이제 4개의 대소 홀을 갖춘 아트 센터인 셈이다. 명동 국립극장의 복원이 앞당겨진다면 명동성당은 문화의 거리를 잇는 큰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꼬스트홀의 기획ㆍ운영ㆍ대관을 위해 세실예술기획의 오세실 대표가 전문 위원으로 위촉 받았으며 명동성당 사목실 산하 문화분과위원회의 감독을 받게 된다. 명동성당의 음악감독 겸 가톨릭합창단의 지휘자 백남용 주임신부는 “명동을 문화의 거리로 부활시키기 위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별 대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락교회의 50주년기념관, 정동제일교회의 문화재 예배당 등의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개관 기념 연주회는 15일 ‘문록선 플루트 연주회’, 22일 중세 교회 음악 전문 합창단 ‘돔 스콜라’ 등이 남아 있다. 꼬스트홀은 개관과 한일 월드컵 개최를 축하하는 뜻에서 이번 연주회를 무료로 펼칠 계획이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2/06/1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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