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고혹적 자태·감각적 눈빛의 의미는?

미술사상 회화나 조각에 있어서 ‘누워있는 나상’ 을 소재로 한 작품은 무수히 많다. 인체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어 작가나 감상자 모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19세기 전기 유럽미술은 고대 그리스, 로마양식으로의 복귀를 꿈꾸던 신고전주의 경향으로 사실적이고 이상적인 형태미를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했다. 대표적 작가인 엥그르는 거장 다비드의 제자였으며 뛰어난 데생력과 치밀한 세부묘사로 프랑스 궁정화가로 활약하였다.

오랜 기간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기도 했던 엥그르는 당시 동양의 중심이었던 이슬람의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터키탕’과 ‘오달리스크’(터키어로 황제의 시중을 드는 여자노예라는 뜻)등에서 그의 호기심어린 이국적 풍취를 묘사했다.

이슬람을 실제로 여행한 일도 없었던 엥그르는 단지 기행문이나 여행자의 경험을 듣고 아름다운 오리엔탈리즘을 표현했는데 오달리스크 머리의 터본, 손에든 부채, 침구나 커튼 등은 모두 이슬람 문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빠르고 깔끔한 붓의 텃치로 오달리스크의 살결은 부드럽고 매끄럽게 표현되었으며 강렬하고 이색적인 침실장식은 조화와 대조를 동시에 수반하는 감각적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오달리스크 에서 과장되게 늘어뜨린 팔과 허리선, 다리와 가슴의 어긋난 각도 등은 정확한 비례와 사실적 묘사의 ‘신고전주의’ 경향에 위배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엥그르는 이처럼 감성적인 내면의 모습을 왜곡된 신체미로 표현하여 낭만적인 효과를 주기도 했다.

가만히 고개를 뒤로 돌리고 그윽하게 바라보는 오달리스크 의 시선은 감상자의 상상력을 고조시키고 무한한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6/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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