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덜꿩나무

수수한 우리누이 같은 흰 꽃, 붉은 열매

산에 흰 꽃들이 많이 보이는 것을 보면 봄은 가고 여름이 다가 오는가 보다. 봄에 유난히 노란 꽃들이 눈에 들어오고 여름엔 흰 꽃들이 지천인 것은 그저 계절적인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달력으로는 아직 봄이지만 체감적으로 여름이 느껴지는 이 즈음 산 속에서 시원하게 피어나는 하얀 꽃들이 있는데 바로 덜꿩나무이다.

덜꿩나무는 더러 이름이 낯설게도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알고 보면 흔한 나무이다. 더욱이 이즈음엔 꽃이 피어 눈에 잘 들어오는데 봄에는 꽃으로, 그 꽃송이들을 받치고 있는 독특한 잎으로, 가을엔 붉은 열매로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수수하면서도 개성있는 독특한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덩꿩나무는 왜 아직까지 몰랐나 싶을 만큼 가깝게 있다.

덜꿩나무는 낙엽이 지는 작은 키 나무이다. 중부이남에 낮은 곳에서부터 비교적 높은 곳까지 어느 곳에나 분포한다. 이웃인 일본이나 중국에도 자란다.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숲 속에서 다른 나무들과 이리저리 섞이고 어우러져 산다. 높이도 사람의 키를 넘기는 것을 보기 어렵다.

잎은 마주 난다. 특히 꽃차례 아래에 달리는 잎은 서로 마주 보며 잎자루가 각을 이루로 젖혀져 꽃들을 잘 돋보이게 하며 잎 자신도 잘 나타난다. 잎은 다소 두텁고 무엇보다도 독특하게 잎맥이 잘 발달하였는데 전체적으로는 깃털모양으로 생겼지만 아랫부분에는 각을 달리한 잎맥이 형성되어 특색이 있다.

이즈음 피거나 혹은 지고있을 꽃은 꽃 한송이의 크기는 새끼손톱 길이 정도의 작은 편이지만 이러한 소소한 꽃들이 우산살처럼 둥글게 모여 전체적으로는 희고 큼직한 원반처럼 보인다. 열매는 가을에 불게 익어 오래오래 달려있다. 작은 구슬처럼 둥글 열매는 붉고 그 안에 씨앗이 들어 있다.

왜 덜꿩나무가 되었을까? 이 나무처럼 가깝게 있는 나무이면서도 목재로 사용할만큼 굵게 자라지도 않고 특별한 쓰임새로 보편화 되지도 않은 대부분의 식물들이 그러하듯이 뭐 특별히 이 나무에 대한 기록이나 이야기가 없어 알 수 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추측해보면 들꿩나무에서 덜꿩나무로 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산에서 살고 있는 들꿩들이 잘 먹게 생겼으니 말이다.

이 덜꿩나무는 정원이나 공원에 심으면 좋을 듯 싶다. 한 나무를 잘 키워도, 여러 나무를 키워도 다 좋을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형적인 그런 공원이 아니라 때가 되면 꽃이 피고, 때가 되면 열매가 익어 새들이 찾아오는 자연스런 생태공원에 더욱 어울려 보인다.

그만큼 이 나무는 아직까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자연 속에서 만나는 나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도 특별하게 약으로 쓴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이런 숨은 진주 같은 나무들을 찾아서 심고, 또 그 나무를 보고 꿩이 찾아오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입력시간 2002/06/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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