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지능형 MP3

워크맨의 대용품 정도로 취급받던 MP3 플레이어가 팔방미인으로 변신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는 인터넷 등으로 주고받는 MP3 음악 파일을 저장하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다. CD나 테이프 대신 내장된 메모리에 음악을 녹음해두었다가 이를 재생한다.

기존 녹음기에 비해 크기가 3분의1에 불과하다. 또 MPEC 3 규격에 맞춰 음성 데이터를 압축해 음질 손실을 최소화했다. 디지털 방식으로 음악 파일을 재생해 보다 선명한 음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디지털 음악 파일을 재생하는 수준을 넘어 음악을 직접 녹음할 수 있는 ‘지능형 MP3 플레이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MP3 플레이어에 음악 파일을 저장하려면 자신의 PC에 저장돼 있는 음악 파일을 MP3 플레이어로 옮기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능형 MP3 플레이어를 이용하면 라디오, 음악 CD, 카세트 테이프 등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곧바로 MP3 플레이어에 저장할 수 있다. ‘다이렉트 인코딩(Direct Encoding)’ 기술이 아날로그 방식의 라디오 음악이나 목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 MP3 파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크기 역시 하루가 다르게 경박단소화 되고 있다. 손바닥에 쏙 들어가거나,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깜찍한 MP3 플레이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MP3 플레이어는 카세트 플레이어와 달리 기계적인 구동부가 없어 소형화와 경량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MP3를 만든 일등 공신으로 다양한 기능을 빼 놓을 수 없다. MP3파일 재생은 물론 FM 라디오방송 수신, 음성 녹음, 데이터 저장 기능까지 지원한다. 최근에는 어학 학습 기능을 갖춘 제품도 인기다. MP3플레이어의 구간 반복과 탐색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가지고 다니기 쉽고, 소음이 거의 없어 학생들에게 필수 교육 기자재가 되고 있다. 일부 MP3 플레이어 업체는 어학 콘텐츠를 무상으로 매일 제공하기도 한다.

음성 녹음 기능도 필수다. 강의 내용을 녹음하거나, 다른 기기에서 음악을 녹음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 일부지만 전자수첩, 게임기, 무선인터넷접속 단말기 역할을 해 주는 제품도 있다. 장기적으론 MP3플레이어가 멀티미디어 복합디지털 기기가 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보기기로 탈바꿈하는 지능형 MP3 플레이어의 활약은 세계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생산기술 종주국’으로 대접받으며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MP3플레이어 전체 보급대수는 360만대(약 3억달러)다. 이중 약 200만대를 우리나라 업체가 차지했다. 미국 다이아몬드, 크리에이티브 등 벤처기업과 일본 소니, 네덜란드 필립스 등이 맹렬하게 추격해 오고 있지만 2005년 32억 달러 규모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이 황금시장에서 아직 우리나라 기업을 제칠 라이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디지털웨이, 엠피맨닷컴, 거원시스템 등 국내에서 MP3 플레이어를 생산하는 업체 만도 30여 개에 이른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벤처 기업이다. 국내에 MP3 플레이어가 등장한 것은 1997년이었다.

초기 아이디어 상품 정도에 불과했던 MP3 플레이어가 디지털 음악 재생기에서 정보 단말기로, 대표적인 수출 품목으로 부상한 데는 다양한 기능, 참신한 디자인, 기술 개발 등이 한 몫 했다.

MP3 플레이어는 이제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주력 제품이자 세계 시장에서 정보 강국 코리아를 알리는 주역을 충실히 수행해 내고 있다.

강병준 전자신문 정보가전부 기자

입력시간 2002/06/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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