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DVD] 양지로 끌어낸 동성애

빅터, 빅토리아

블레이크 에드워즈(1922- ) 감독은 피터 샐러즈가 클루조 형사로 분한 <핑크 팬더> 시리즈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를 널리 알려졌다.

할리우드 고전 코미디 계보를 잇는 이같은 대표작 외에도 <술과 장미의 나날>과 같은 정통 드라마와 뮤지컬 <빅터 빅토리아>와 같은 걸작을 남긴 배우,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겸 감독이다.

1982년 작인 <빅터, 빅토리아 Victor, Victoria>(15세, 워너)는 에드워드의 후기를 대표하는 최고 작품이다. 두 번째 부인인 노래하는 스타 줄리 앤드류스와 함께 한 일련의 작품들인 <달링 릴리> <타마린드 시드> <텐> 의 실패를 완전히 만회시켜준 이 코믹 뮤지컬로 앤드류스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앤드류스는 1995년, 60살의 나이에 에드워드가 연출한 브로드웨이 무대극 <빅터, 빅토리아>에 출연했고, 무려 1년 8개월의 강행군 끝에 은퇴 공연을 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빅터->는 앤드류스의 재능과 이미지를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 모두에게도 잊을 수 없는 대표작이 되었다. 나이 많고 정 많은 게이 연예인으로 분한 로버트 프레스톤이 스페인 무희로 출연한 마지막 장면은 배꼽 잡고 웃는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마초 기질 넘치는 신사적인 갱으로 분한 제임스 가너의 표정 연기도 압권이고, 그의 멍청하고 섹시하고 신경질적인 애인으로 분한 레슬리 앤 워렌도 잊을 수 없다. 보디가드로 분한 알렉 카레스는 무뚝뚝함 속에 은근한 애정을 드러낸다. 단 한 장면 출연에도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모든 조연은 물론 댄서들의 연기와 춤 호흡도 대단하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헨리 맨시니,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1930년대의 파리를 멋지게 재현한 로저 마우스,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현대적인 의상을 만든 패트리시아 노리스,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 스타일에서부터 스페인 춤까지 안무한 패디 스톤 등 스테프도 큰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빅터->는 지금도 건드리기 힘든 소재인 동성애를 가장 밝고 재미있고 또 진지하게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아야 한다. 빌리 와일더의 1959년 작 <뜨거운 것이 좋아>와 함께 대표적인 게이 코믹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데, 두 작품 다 독일의 라인홀트 슈엔젤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1930년대 작품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세련된 오락물 <빅터->는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코미디를 계승한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1934년 파리의 겨울. 정통 뮤지컬 배우 그랜트(줄리 앤드류스)는 클럽 오디션에서 "수녀가 연습한다고 창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만다. 그러나 유리 잔을 깨뜨릴 정도로 강하고 폭넓은 음역을 지닌 그녀를 눈여겨 본 게이 연예인 토미(로버트 프레스톤)는 남장을 하고 출연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러시아에서 온 게이 백작 빅터로 변신한 그랜트는 아름다운 용모와 노래, 춤으로 성공을 거둔다. 그녀의 공연을 본 시카고 출신 갱 킹(제임스 가너)은 한 눈에 반하게 된다.

남장 여자인 그랜트와 남성미 만점인 킹이 사랑에 빠진다는 메인 플롯에, 젊은 남자에게 채인 토미와 게이란 사실을 숨기고 살아온 킹의 보디가드 스쿼시가 사랑을 확인한다는 서브 플롯이 얽히며 <빅터->는 해피 엔딩으로 달려간다.

DVD 부록으로 에드워드 감독과 앤드류스 부부가 회고하는 코멘터리가 들어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6/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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