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집] 돈 방석에 앉은 태극전사들

16강으로 포상금 최하 2억원씩, 병역 미필자는 면제 혜택도

48년의 숙원을 해결하니 명예와 부가 동시에 찾아 들었다. 모든 선수들에게 각종 포상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 병역 미필자는 병역 면제라는 선물도 받을 수 있게 됐다.

6월 14일 포르투갈전 승리 이후 정부와 월드컵 조직위 등으로 구성된 ‘필승 대책 위원회’는 대표선수들에게 1억원씩을 지급키로 결의했다.

이로써 대한축구협회가 16강 진출을 전제하고 올해 5월 마련한 포상금 지급안에 따라 약속된 1억 원을 합쳐 한국 선수 개개인이 받게 될 포상금의 규모는 2억원에 달한다.


히딩크 감독 8강 진출땐 20만 달러

협회는 여기에 16강 이후의 포상 원칙에 따라 8강 진출시 2억 원, 4강 3억 원, 우승 5억 원을 선수 개개인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인상적인 것은 히딩크 감독에 대한 예우다. 16강 15만 달러(약 1억 9,500만원), 8강 20만 달러, 4강 25만 달러, 결승 진출 시 40만 달러, 우승 시 80만 달러(약 10억 4,000만원)가 약속돼 있다. 대표팀은 최대 125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총각 선수 12명 가운데 가장 먼저 결혼하는 선수는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 컨벤션 센터의 제공으로 결혼식 비용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무료로 치를 수 있다.

이밖에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16강 보너스로 EF 소나타(선수와 코치), 그랜저 XG(감독)를 내건 상태여서 좋은 차까지 받게 됐다. 예년의 대형 국제 대회에서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여타 기업의 찬조금도 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16강 진출로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좁은 국내무대를 넘어서 유럽 무대를 넘보게 될 전망이다.

지난 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일본이 준우승한 이후 이나모토 준이치(아스날), 오노 신지(페예누어드) 등이 잇따라 유럽 무대에 진출한 것처럼 그동안 국제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보석'들도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야에 걸려들 것으로 보인다.

안정환의 소속팀인 페루자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지성(교토)가 그 필두로 지목되고 있다. 이밖에 김남일(전남), 유상철(가시와), 이천수(울산) 등도 유럽에서 당장 통할 수 있을 것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이다.

특히 미국전에서 멋진 헤딩 동점골을 성공시킨 안정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개 팀을 비롯해 약 4, 5개 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그간 따라다니던 `임대 빅리거'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병역면제 긍정 검토키로

그러나 선수들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은 역시 병역 문제다. 16강 진출을 신호로 월드컵 이전에 활발한 논의가 오갔던 병역 미필 선수에 대해 병역 혜택을 부여하는 문제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껏 우수 선수들의 해외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병역문제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병역혜택은 선수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 반길 값진 선물이다.

월드컵 이전에는 국민여론과 여타 종목과의 형평성 때문에 국방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논의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지만 16강 진출로 국민의 사기가 엄청나게 앙양된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의 병역 문제가 다시 긍정적인 쪽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기존의 불가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대표팀 병역 미필 선수에 대한 병역 혜택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4일 경기후 선수단 라커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대표팀 맏형 격인 홍명보가 2006년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 병역 미필 성수들의 군복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건의하자 “축구 발전을 위한 중대 사안인 만큼 국방부 장관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병역 미필 대표선수는 안정환 이천수 이영표 송종국 박지성 김남일 최태욱 차두리 설기현 현영민 등 모두 10명이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2/06/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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