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욕심의 늪에 빠지지 말자

파릇파릇한 잔디, 진한 풀 내음, 새벽 이슬이 살포시 내린 그린 위에 남는 내 발자국…. 완연한 골프 시즌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대회 덕분(?)에 골프 열기가 평년 보다는 한 풀 꺾이긴 했지만 골프마니아들에게 6월은 가슴 설레는 계절이다.

햇살을 흠뻑 마신 힘찬 푸른 잔디가 마치 티에 올려 놓은 듯 공을 받쳐 주기 때문에 샷을 하는 데는 더없이 좋다. 더구나 한 여름처럼 날씨도 무덥지 않아 그야말로 골프 하는 데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아마 골퍼들이 “월드컵, 월드컵”을 외치면서도 이 때다 싶어 남몰래 칼을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드컵 때문에 친구와의 내기 골프에서 모처럼 이겼다는 아마 골퍼들이 꽤 있다.

한국과 미국의 축구 경기가 있었던 날 다들 흥분과 긴장 속에 응원을 하는 와중에서 한가지 재미난 장면을 목격했다.

흥분한 채 응원을 하던 한 아마추어 골퍼가 얼굴은 축구공을 따라가면서도 손으로는 빈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순간 무의식적인 자신의 행동이 무안했던지 다시 응원을 했지만 얼마나 퍼팅이 안 됐으면 무의식 중에 저런 행동을 했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은 한번쯤 했을 것이다. 여하튼 요즘 축구 중독자들이 많다던 데 골프도 중독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초여름에는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빠른 그린과 길고 강한 러프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점점 그린이 빨라져 조금만 강하게 때려도 공이 홀 컵을 훌쩍 지나가고, 겁이나 스트로크를 적게 하면 홀 컵에 턱도 없이 짧아지고….

그럴 땐 무엇보다 그립을 꽉 잡아야 한다. 빠른 그린에서 스트로크를 안정시키려면 중심이 잘 잡혀야 한다. 그래야 자신 있게 스트로크를 하더라도 공이 도망가지 않는다. 둘째, 빠른 그린일수록 스탠스가 평상시 보다 좁아야 한다.

그래야 중심을 잡기 쉽고, 엉뚱하게 강한 스트로크도 막아 준다. 임팩트 때 공을 정확히 맞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셋째, ‘손’이 아닌 '가슴' 으로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 치고 난 후 클럽 끝과 배꼽이 일치 됐는지를 확인 하면 가슴으로 스트로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가슴으로 스트로크 하라’고 하면 생소하지만 ‘가슴’은 ‘몸’ 이다. 몸으로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몸이라는 표현도 맡지만 몸을 쓰라고 하면 자칫 스트로크를 너무 크게 해 거리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가슴으로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라는 말이다.

길고 강한 러프도 큰 골치거리다. 러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난 왜 러프 하면 ‘늪’ 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한번 들어가면 차라리 OB가 나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아무리 쳐도 공이 빠져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두 세 번 온 힘으로 쳐도 웬만해선 골이 나오질 않는다. 그럴 때면 ‘차라리 샌드 웨지를 잡고 앞으로만 내보낸다는 생각으로 칠 걸’하고 후회한다.
그래도 골퍼라면 더 멀리 보내고 싶은 마음에 긴 클럽을 잡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금물이다. 클럽도 가급적 다루기 쉬운 짧은 것을 잡는 게 좋다. 러프에서는 절대로 공을 멀리 보내려고 욕심을 내선 안 된다. 그냥 50m 정도 앞 페어웨이로 보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쳐야지 스윙에 힘이 안 들어가 공을 탈출 시킬 수 있다.

자칫 욕심을 부리다간 2~3타를 더 치기 십상이다. 스윙도 풀 스윙 보다는 가급적 볼을 직접 가격할 수 있도록 짧고 간결한 스윙을 해야 한다. 풀 스윙을 하려도 클럽 헤드가 풀에 감겨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골프는 꼭 치고 나서 후회한다. 이론대로만 샷을 하면 되는데 꼭 욕심을 내서 문제가 생긴다. 러프의 진짜 함정은 ‘일단 들어가면 만회가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더 욕심을 내게 만든다’는 바로 그 점이다. 그래서 난 러프가 싫다. 절대 러프에서 욕심은 금물이다. 욕심은 더 큰 화를 부른다.

박나미 프로골퍼

입력시간 2002/06/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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